IT가 오히려 인간에 자연스러운 소통을 가능하게 해요
[IT가 오히려 인간에 자연스러운 소통을 가능하게 해요]
(2017.4.2 작성)
요즘의 IT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자연스러운 소통 인터페이스에 더 근접하게 하고 있어요. 아래 기사는 오디오북이 마치 노래 스트리밍서비스처럼 보편화된다는 것인데, 인간에게 책이라는 미디어는 진화적으로 적응했다고 보기가 어렵죠. 아주 소수들만 고가의 필사본을 보유했던 게 오래되었고 서구의 경우 쿠텐베르그 이후 활자본이 인쇄된 이후에야 비로소 책이 접근가능해졌는데, 그나마 대중이 글자를 읽는 게 보편화된 것은 20세기 들어서서야 그렇게 되었죠. 그만큼 듣는 것은 보는 것보다 편해요. 사람들이 흔히 '읽어서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으니 말로 해달라'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구요. 일반적으로 듣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인 소통/학습방법일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문자 독해 교육을 너무 강조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좀 피할 필요가 있어요. 독일은 유치원에서는 일부러 문자교육을 안 한다고도 하죠. 그렇다고 아이들이 책읽어주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고 좋아하죠. 특히 가족 등 친근한 사람들이 읽어주는 것을 좋아하구요. 아이들은 책읽어주는 소리를 들으면서 책의 그림들을 자세히 살펴보죠. 그래서 책읽어주는 어른보다 아이들이 그림 정보는 훨씬 더 잘 기억해내기도 하구요. 책읽기가 늦었다고 할 게 아니고, 읽어서 얻는 정보 외에도 그림 정보 그리고 읽어주는 사람의 음성까지 훨씬 더 입체적인 정보를 얻어내는 것이죠.
ebook reader도 그게 디지털이라고 약간 멀게 느끼기도 하는데, 인간이 처음 문자로 남기는 정보의 포맷에는 더 가깝죠. 테블렛도 그 어원이 모세의 석판을 의식한 것이구요. 여러 지면을 묶어서 책으로 만드는 것 자체도 인류 역사에서 짧은 시기라고 할 수 있죠. 저는 책장 넘기는 것도 꽤나 피곤하다고 여기는데, 이북 리더를 접하면서 절감하죠. 손바닥에 조그만 '석판'을 놓고 한 손으로 통제하는 게 힘도 덜들고 좋거든요.
디지털기기에 의한 소통/학습을 할 때 분절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데, 분절화라는 것도 오히려 '기승전결'이 고정관념이 없지 않은지 따져볼만해요. 기본적으로 인간의 뇌는 책이 아니거든요. 인간의 뇌는 파편화된 잡다한 것들이 '분절적'으로 처리되는 시스템이에요. 책은 그러한 인간의 뇌에 대해 상보적인 의의가 있기는 하겠죠. 그런데 역시 책을 읽고 나서도 인간이 책의 내용을 그 순서로 논리를 정해서 기억하기보다는 인상적인 phrase나 메시지 중심으로 '분절화'시키고 축약시키는 것이죠. 책은 그 근거가 있다는 archive로서의 의미가 있는 것이구요. 책을 읽었다고 해서 그 재현을 요구받지는 않고 '읽었다'는 참조적 지식으로 충분하다는 것이고 그것으로 폼이 나는 것이죠. 그런데 이것도 쿠텐베르그 이후의 이야기죠. 책이 귀한만큼이나 가짓수가 적었을 때에는 책을 외우다시피 했죠. 동양의 과거시험이 그렇게 외우는 것을 전제로 했고 서양의 신학교육도 그런 면이 많았죠. 심지어 책이 활발하지 않을 때는 사람들이 외워서 나중에 기록했고 그게 지금의 경전들인 것이죠. 갈수록 지식의 소통과 전달은 분절화된 것인데 그럼에도 문명은 가장 발달해있고 대중의 지식 수준은 가장 높은 것은 인간이 네트워크적인 존재이기 때문이죠. 각자는 파편화된 지식들만을 가지고 있는 대단히 불안전한 존재인 것이구요.
아래 기사는 오디오북도 인간의 강박의 산물이라고 부정적으로 보기만 하고 그 긍정성은 놓쳐요. 이게 문명화/디지털화에 대한 즉자적 반발인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