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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영화가 한국이 가야할 세계화의 길을 보여줍니다

데시카 2013. 8. 7. 10:47

(2013.8.7)

 

[한국의 영화가 한국이 가야할 세계화의 길을 보여줍니다]

 

한국의 대중문화는 한국의 어떤 분야보다도 앞서가죠. 대중음악이 그렇고 영화가 그러한데, 특히 영화가 수준이 높다고 할 수 있어요.

 

한국의 대중음악도 물론 상당히 영향력을 확대했다고 할 수 있는데 아직은 niche를 잡는 정도지 보편성으로 자리하고 있지는 못해요. 예컨대, 1970년대를 호령했고 지금도 여전히 뮤지컬 등으로 revival 되는 스웨덴의 ABBA같은 음악인들이 나오지는 못하고 있어요. ABBA는 사실 이들의 음악이 스웨덴 것인지, 이들의 출신 국적이 스웨덴인지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보편적이죠. 이에 반해 한국의 대중음악은 여전히 '한국'이 의식이 되요. 최근에 싸이가 망외의 대박을 터뜨리기는 했는데, 이게 우연의 측면이 강하고 시스템적이기라고 보기는 어려워서 가능성은 높아졌다고 할 수 있지만 아직은 보편성에는 멀다고 할 수 있어요.

 

그에 반해서 영화는 이미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다고 여겨져요. 대중음악에 비해서 영화가 앞서가는 것은 아마도 언어의 제약을 영화가 덜 받기 때문이에요. 음악을 들을 때는 가사를 동시에 듣지는 않거든요. 반면에 영화를 볼 때는 외국어라도 해도 밑에 자막을 동시에 보거든요. 그리고 이미 2시간 가까운 시간을 집중할려는 자세가 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자막 정보가 큰 제약이 되지는 않아요. 그래서 영화는 비영어권의 작품도 세계적인 반향을 얻는 게 많죠. 반면에 음악은 영어가 대세죠. ABBA도 영어로 노래를 했구요.

 

한국의 영화가 제 생각에 세계와 소통하는 과정은 지금 3단계에 이르러 만개하고 있다 싶어요. 1단계는 임권택 감독을 떠올리면 되는데 한국의 percularity를 강조하고 그에 기반해서 세계의 영화제 또는 소수의 관객들과 만났죠. 서편제가 그 대표적일 거에요. 그때 즘에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 이런 캐치프레이즈가 호응을 얻었을 거에요. 1단계에서의 한국 영화는 마치 세계 영화엑스포에서 한국관을 열고 나름 괜챦은 반응을 얻은 정도일 거에요. 1900년 즈음 파리에서 열린 만국 박람회에 한국도 출품했는데(갓 같은 물품들) 그런 격이죠.

 

2단계는 박찬욱, 김기덕을 떠올리면 될 거에요. 한국의 배우들이 한국을 배경으로 영화를 찍기는 한데 특별히 한국의 문화를 의식해서 만들지는 않아요. 인류보편적인 감각이 강조된다고 할까요. 그렇다고 이들이 초기에는 특별히 외국에서의 성공을 겨냥하지도 않아요. 그런데 망외로 외국에서의 반응이 폭발적이었죠. 외국의 수의 영화전문가를 넘어서 일정한 팬층 또는 마니아들을 확보하죠. 감독의 이름이 이미 브랜드가 되어서 이들이 영화를 만든다고 하면 주목을 받고 이들이 만든 영화라면 이미 일정정도의 관객층 기반에서 출발하죠. 임권택은 그야말로 1960-70년대에 한국이 아슬아슬하게 먹고 살아가야 하는 시대의 감성을 담고 있겠죠. '보편'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죠. 그런데 박찬욱, 김기덕은 먹고 사는 때는 넘어선 시대에 사는 것이죠. 그렇다고 한국의 '생존을 위한 투쟁'이 아예 없을 수는 없어서 그런 거친 면은 영화에 반영이 되겠죠. 그런데 그게 한국인만의 코드일 수는 없죠. 독특한 감성이기는 한데 역시 일정한 지분이 있는 것이죠. 그것을 한국인들이 잘 다룰 수 있는 것이죠.

 

3단계가 최근의 흐름인데, 아예 무대를 세계로 상정하고 영화를 만들고 있죠. 설국열차도 새로운 시도죠. 한국의 자본이 투자하고 한국인이 제작(박찬욱) 감독(봉준호)하는데 출연진은 송강호/고아성 두 배우를 제외하면 서양 배우들(주로 미국)이에요. 스토리 기반도 한국이 아니라 유럽이구요. 그 국제성이라는 점에서 이미 할리우드적이에요.

 

그런데 할리우드적인 매너리즘과는 조금 달라 보여요. 할리우드가 영웅신화가 강하다면(최근엔 할리우드도 이러한 식상한 흐름에서는 벗어나는 듯한데), 한국은 니힐리즘적인 성향이 강하죠. 할리우드 영화의 폭력성이 주인공을 영웅화시키는 장치로 이용되지만, 한국영화의 폭력성은 허무하다는 메시지를 남기는 도구로 쓰이죠. 한국인들이 갖는 현세적인 면, 기복적인 면과는 다른 면이 있어서 의외일 수 있는데, 한국의 굿을 보면 그 격정이 대단하고 어린 아이가 보기엔 무서움을 줄 정도로 '폭력'의 은유가 강해요. 칼을 휘두르고 날 선 칼을 딛고 가는 연출을 하기도 하죠. 그런데 그 굿의 뒤는 위로에요. 허무를 받아들이는 것이구요. 정 현실에서 안된다면 차라리 허무를 인정하고 그에서 위로받는 현실적인 방식을 택하는 것이기도 해요. 한국인들이 피안의 종교적인 이상세계를 상정하지는 않거든요. 현실에서 위안을 받기 위한 관념적 장치들이에요

 

최근의 흐름에서는 국적성이 가볍게 무시되어요. 한국의 배우들이 할리우드의 영화에 다양한 캐릭터로 등장하는 것도 그리 낯설지 않구요. 이렇게 한국 영화자본이 할리우드 스타들을 기용하는 것도 크게 이슈가 안 될 정도로 자연스러워요. 돈만 있다고 해서 가능하지는 않아요. 박찬욱이나 봉준호 같이 이미 위상이 확보되어 있는 인물들이 있어서 가능하죠.

 

아래 기사에 보면 고아성이 이미 새로운 세대의 영화배우를 보여주고 있어요. 송강호는 한국적 토양에서 성장했고 영어도 서툴겠지만, 고아성은 이미 어린 시절에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영화에서 출연했었고('괴물'), 그리고 지금 아직은 어린 나이이고 성인으로서는 대뷰작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임에도 할리우드 스타들과 같이 연기를 하는 거에요. 그리고 틈틈이 어릴 때부터 영어는 해두어서 그렇게 힘들지 않나 봐요.

 

예전엔 할리우드영화에서도 동양인들은 무협을 하거나 아니면 갱을 하거나 하는 캐릭터에 한정되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은 면이 있죠. 실존적 캐릭터의 지위를 갖고 있죠. 아마, 모르기는 해도 한국의 문화가 갖는 드라마틱한 점 때문에(샤머니즘적 격정같은 것), 한국의 배우나 감독이 갖는 독특한 특징이 있어서 활약이 많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에 설국열차에 주로 돈을 댄 CJ 처럼 자본력도 있죠. 할리우드만큼은 아니라도 중위 수준의 투자 규모는 되죠. 할리우드처럼 아주 넓은 관객층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정정도의 대중성은 확보하는만큼의 자본력, 스토리능력, 감독, 배우들은 동원 가능하다고 보여요.

 

문화는 대단히 local하면서도 또 대단히 보편성을 획득하기 쉬운 양면성이 있어요. 보편성을 목표로 하는데 그 보편성이 국지성이 보여주는 독특한 캐릭터가 없으면 공허해서 실패하기도 해요. 그래서 요즘 할리우드도 이야기 원천을 세계화하고 있죠(한국의 영화를 리메이크하기도 하구요).

 

보편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국지성이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요구인데, '보편성을 탐구하되, 국지적 시각의 독특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으로 좀 더 부연하고 싶어요. '사과'를 바라보데 '그 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죠. 북구 국가의 디자인이 좋은 예일 것 같아요. 북구 국가의 디자인의 실용성/간결성 그리고 그것이 주는 '아름다움'이라는 보편성이 있어요. 그 독특한 특징 때문에 애호가들이 있는 것이죠.

 

반면에,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는 믿음은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요. 물론 그게 용케 맞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너무 우연적이에요. 그리고 자칫 peculiarity를 억지로 밀어붙여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문화 다양성'과 같은 교과서적인 교의를 가르치는 부담감을 줘요.

 

영화 이전에 한국의 문화적 감성에 기반하되 세계성을 획득한 두 예술인이 있어요. 윤이상과 황병기가 그렇죠. 좀 더 넓게 백남준도 포함할 수도 있겠어요. 윤이상의 음악은 현대 음악의 계보에 있는데, 한국사람이 들으면 오히려 쉽게 와닿을 정도로 한국음악의 코드가 스며들어 있어요. 황병기의 가야금 음악도 이미 대단히 세련된 세계적 감성을 보여주죠. 놀랍게도 시대를 앞서서 1970년대에 이미 그러한 성취르 해요. 대단한 예술적 감각이라고 여겨져요.

 

'한류'라는 개념이 보여주는 문화중상주의도 실패에 이를 가능성이 커요. 봉준호 감독도 지적하고 있듯이 한류가 대단히 강박적인 것이에요. 문화수용자를 돈 내는 사람으로 수동적인 것으로 만들어버리구요. 문화의 특성을 모른 채 어설프게 옛날의 할리우드 흉내내는 격이 되기 쉬어요. 봉준호 감독이 말하듯이 좋은 스토리가 있으면 되요. 그리고 그 스토리를 가장 잘 표현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한국인들이 중심이 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한국 밖에서 배우와 배경을 설정할 수도 있구요. 스토리가 한국인들에게 가장 적합한 것이라면 당연히 그것을 중심으로 해야죠. 이 경우 굳이 어설프게 세계화를 할 필요가 없죠.

(http://osen.mt.co.kr/article/G1109646033)

 

봉준호 감독 인터뷰에서 짚고 있듯이 한국이 자국내에서는 할 게 없고 대신에 열망은 높다보니까 세계화를 꿈꾸죠. 저는 좋다고 봅니다. 자국 안의 무대가 좁다 보니까 세계화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국가가 정말 주목할 만한 나라가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대단히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나라가 되는 것이죠. 다만, 어설프게 하면 망하죠. 대단히 세련되어야 해요.

 

http://media.daum.net/entertain/newsview?cateid=100029&newsid=20130807070806375&p=sportsdonga#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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