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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은 지역의 염원이라는 차원에서 봐야 합니다

데시카 2011. 7. 15. 14:15

(2011.7.14)
평창에
대한 관점들은 크게는 애국-경제효과 vs. 환경파괴-빚잔치 우려의 시각으로 나뉘죠. 링크한 기사는 후자쪽입니다. 그래서 간과되고 있는 지역이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물론 하나씩 차분하게 쌓아가면 되죠. 그런데, 이게 지역사람들에게는 요원하게 다가온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수도권 중심 경제정책에 의해 차별되었는데, 얼마나 묵묵하게 견뎌야 하는가에요. 강원도 같은 곳을 가면 수도권과의 확연한 세라든지 부의 차이가 드러나죠. 지역은 이런 상황을 못견디겠다는 것이고 급반전시키고 싶은 거에요. 한국사람들 성질 급하고 상승동기 강하쟎아요. 이러한 기질은 쉽게 바뀌죠. 그래서 지역 관련 많은 갈등사안들이 국가차원의 재원을 제대로 한번 끌어들여서 급반전시키겠다는 거에요.

 

[! 한국사회] 경제효과 부풀리기의 속내 / 선대인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487174.html

 

그래서 이번 강원도의 올림픽 개최는 과거 88올림픽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그때는 그야말로 애국 기조였죠. 하지만, 지금은 애국기조 보다는 지역의 염원이고 반전의 계기에요. 지역 입장에서는 올림픽이 동원하는 애국기조라는 것을 또한 반갑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죠. 그래야만, 국가 차원의 거대한 재원이 집중해서 투입될 수 있는 것이고 그래서 지역의 격차를 상당 부분 만회하고 싶은 거에요.

 

또다른 점에서 주목할 부분은 강원도의 발전전략이에요. 산이 대부분이라서 그동안 산업의 입지라는 점에서 소외되었던 강원도가 이제 높아졌고 앞으로도높아지리라고 기대되는 생활수준에 힘입어, 관광/경관/스포츠으로 지역의 먹고 살 거리를 확고하게 다지고 싶은 거에요. 지역의 발전 고민하면서 강원도는 앞으로 뭣으로 먹고 살까 질문을 던지면 열이면 열, 전문가건 일반인이건, 관광/경관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하죠. 그런데, 이게 거저 되는 게 아니죠. 상당히 괜챦은 관광/문화/스포츠 인프라가 깔려야 하죠. 그런데, 이것을 깔았다고 해서 거저 성공하지를 않죠. 감동적인 STORY와 전세계 누가 들어도 아는 BRAND가 있어야 하는 거죠. 그래야, 강원도가 국내에서도 강원도에 스키타러 가는 것 자체가 알프스 가는 정도의 격을 느끼게 해주고. 강원도의 산을 오르는 것 자체가 알프스의 마테호른 가는 것 같은 환상이 있어야죠.

 

관광/문화/스포츠 인프라라는 게 상당한 비용을 들여야 하고 또한 고급스러워야 합니다. 수익이 날려면 그만큼 서비스 단가가 높아져야만 해요. 그런데 이런 높아진 단가가 먹힐려면 STORY, BRAND, 격 이런 무형의 자산이 결합되어야 하는 거죠. 올림픽은 이러한 무형의 자산을 획득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죠. 특히 동계 올림픽은 더 그래요. 동계올림픽이라는 게 북반구 온대지방의 국가들(선진국들이 다 여기에 몰려 있죠)이 벌이는 잔치죠. 그래서 동계올림픽을 개최한다는 것은 하계에 비해서도 이미 brand 가치를 높이는 거에요. 국가도 그렇구요. 개최지도 그렇죠. 제가 대단한 스포츠 팬은 아니지만, 얼추 그래도 동계 올림픽 개최지는 들으면, “아, 거기”하는 정도는 됩니다. 성질 급하고 남보다 뒤지기는 것 못 참는(안좋게 볼필요 없습니다. 이게 한국의 발전의 동력이니까요) 한국 사람들에게서 올림픽만큼 급반전시킬 수 있는게 없죠. 국가는 당연히 국가의 명예를 위해서 강원도에 재정투입의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구요. 이 경우는 구차하게 타 지역과 경합해야 할 필요도 없죠.

 

워낙 우리가 토건사회다 보니까 개발이라는 것 자체를 혐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한국은 사회 전체적으로는 토건이 비중이 크다지만, 그게 한국사회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그런 방식이 아니라는데서 문제를 찾아야 합니다. 아파트 짓고, 갯벌 부수고, 멀쩡한 강 부수는 게 토건의 대부분이라는 거에요. 저는 아직도 한국이 개발을 많이 필요로 한다고 봅니다. 인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토가 넓은 나라랑 같이 비교할 게 아닙니다. 대부분의 지역들이 인구가 조밀하게 살기 때문에, 그렇게 살면서도 쾌적하려면 상당 정도의 인공물의 디자인이 불가피해요. 물론 개발과 인공물은 자연에 파괴적일 수 있고 스트레스일 수 있죠. 하지만, 전략적이고 창의적인 인공물은, 무전략에 업자-관료 커넥션이 벌이는 난잡한 개발보다도 훨씬 더 효과도 놓고 그만큼 자연에도 덜 해를 끼칩니다. 강원도의 올림픽 관련 인프라는 저는 좋은 개발이라고 봅니다. 기사들을 보니까, 너무 화려하고 잡다한 개발 청사진을 제시했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는 재협상이 가능한 모양이니까 수정해가면 되죠.

 

저는 타이밍도 좋다고 봅니다. 그동안 2번 지원해서 떨어지고 이번에 된 게 시점상으로는 낫다고 생각해요. 결국 고급 관광/경관/스포츠/문화 시설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의 문제 때문인데, 아무래도 수요의 중요한 축은 국내겠죠. 그리고 후광효과에 힘입어 해외수요가 있겠구요. 이런 것들이 한국이 2만불을 넘어서고 최근처럼 문화나 삶의 질과 관련된 사회적 요구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을 볼 때, 2018년 이면 상당히 고급수요가 커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또한 한국의 해외인지도나 위상, 한국의 문화상품의 해외진출이 활발해지는 것을 볼 때, 2018년이면 한국의 소프트한 측면이 굉장히 성숙해져 있을 것으로 봅니다. 큰 문제가 없다면 2018년이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불쯤 될 것 같구요(한국은 결국 경제성장이 환율강세랑 같이 갈 수밖에 없으니까요). 인프라 투자와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제대로 맞아들어갈 것 같습니다.

 

한국의 경제발전은 이제는 미시적 분야의 발전에서 찾아야 하는데(지역의 발전 또는 중소기업의 발전), 특히 강원도가 참 해법이 잘 안나오는 지역이었습니다. 경관/관광/스포츠 하면서도 막상 critical mass가 안되는 상황에서는 공허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저는 강원도민들이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노력을 통해서 스스로 살 길을 찾았다고 봅니다. 이런 게 한국의 장점이죠. 목표가 분명해지면 무서울 정도로 매진하죠. 종래는 이러한 노력이 국가차원이었다면 이제는 지역 차원에서 발현되고 있죠. 물론 그러한 지역차원의 노력이라는 게 지역이기주의적인 측면도 있지만, 그것은 애초에 지역들이 불필요하게 경합하게 만든 국가의 문제입니다. 뭉쳐서 한번 끝장을 봐보자라는 지역의 동기는 굉장히 좋은 것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이런 에너지는 찾아보기 어렵죠. 공부를 잘하려면, 일단 잘해보고 싶다는 염원과 의지가 있어야죠. 한국은 이게 있습니다. 이게 없는 나라 사람들이 보면 부러울 수밖에 없겠죠.

 

저는 대체적으로 한국의 5+2 경제권이 각각 강소국 모델이 구현되면 된다고 봅니다. 강원도가 스위스 같은 나라로 되는 것이죠. 제대로 발동이 걸렸다고 봅니다. 상당히 고급스러운 소비가 이루어지는 곳이 될 것이구요. 사람들이 우려하는 알펜시아 리조트 같은 곳이 제대로 활용이 되는 것이죠. 개발은 자연에 해를 주기는 하지만, 개발의 결과를 최소한 사람들이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다면 그래도 괜챦습니다. 그래서 생활수준이 올라가면 이제 자연을 대함에 있어 훨씬 더 마음의 여유가 생깁니다. 자연을 제대로 보호하기 위해서도 일정한 삶의 수준이 확보되어야 하는 것이죠(많은 저개발국의 자연은 그야말로 해법이 없이 나빠져가고 있을 뿐이죠).

 

한국에 전체적으로도 좋다고 봅니다. 올림픽과 같은 행사는 한국에 대한 많은 관심이 집중되게 됩니다. 그만큼 한국으로서도 국가의 이미지 관리나 경제운영 등에 있어서도 신중하게 됩니다. 남북 문제에 있어서도 함부로 접근하기 어렵구요. 그리고 남북 평화기조를 강화시킬 명분도 있거든요. 미국이 쉽게 냉전 기조로 가라고 압력넣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올림픽이 열리는 곳이 휴전선 접경지역인데요. 제가 한국경제에서 계속 우려하는 바는 중국에 대해 경쟁력이 하락하면서 전통적인 주력 산업과 기업이 급격히 쇄락해가는 것이거든요. 올림픽은 경제에도 상당히 활력을 줄 수 있습니다. 중국에 비해 경쟁력이 약화하는 바를 일정정도 상쇄시켜줄 모멘텀이 될 수 있는 거죠(물론 올림픽 한다고 경제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구요). 경제에 대한 우려를 좀 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제효과가 과장되었다고 하는 주장들이 많죠. 물론 경제효과도 과장된 것이 맞지만, 과장되었다고 하는 주장도 시야가 좁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올림픽과 같은 정도의 거대한 이벤트는 좁은 범위에서 손익 계산을 하면 안됩니다.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경제적 수치로 안 잡히는 부분들까지도 엄청나거든요. 저도 예전에 88올림픽 할 때는 독재정권이 기획했던 것이고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정말 싫어했습니다. 경기도 별로 안봤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래도 한 게 잘한 것이죠. 설령 그 이면의 문제가 있을지라도 그 효과가 컸죠. 한국이 국제적으로 업그레이드되는 데 크게 기여했거든요. 넓게 봐야 합니다. 완도에 포뮬라 경기 유치했다가 쪽박 찼다는 등, 지자체의 행사 유치에 대해 회의적인 지적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과 올림픽은 차원이 다릅니다. 그런 자질구레한 것들 몇 십 개 하는 것보다 올림픽 한 방이 더 낫습니다.

 

 

참고로 정희준의 기사도 괜챦습니다. 너무 화려하고 낭비성의 개발 말고 협상력을 발휘하라는 것도 좋구요. 그런데 그래도 시야가 좁은 것은 여전합니다.

'올림픽의 저주', 과연 평창을 피해 갈까?"[정희준의 '어퍼컷'] '평창의 감격' 너머엔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10707120548&section=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