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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유교=선비=관의 이미지가 서로 얽혀 있죠

데시카 2019. 2. 16. 20:57
[조선=유교=선비=관의 이미지가 서로 얽혀 있죠]
드디어 조선선비도 세계문화에서 하나의 캐릭터로 자리를 하나봅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사무라이는 오래전부터 캐릭터로 자리잡았는데(사무라이문화가 먼저 알려졌는지 영화가 알려졌는지는 모르겠는데 옛날 일본 영화 '7인의 사무라이'라는 영화는 황야의 7인 같은 식으로 서구 문화에 오마주/패러디되었죠. 7인의 사무라이는 보기는 했는데 오래된 영화가 해서 기억이 잘 안나고 졸렸던 것 같아요. 타란티노의 킬빌에서도 사무라이 이미지가 나오죠), 한국의 선비는 이제 캐릭터로 자리를 잡나봐요.

선비의 이미지가 뭘까 하면 단연 갓쓴 모습이겠죠. 붓이니 하는 소품들도 있겠지만 역시 '이미지'인만큼 선비의 전형적인 모습인 갓쓴 모습이 선비의 이미지로 압도적일 것 같구요. 갓은 '의관을 정제하다'라는 표현에서 드러나듯이 조선 선비는 옷과 갓을 대등하게 두었죠. 그리고 관혼상제라는 표현에서도 보이듯이 성인이 되는 것은 관을 쓰는 것으로 은유 내지는 동일시했구요.

왜 이렇게 모자를 중시했을까 궁금한데 추측을 해보면 '신체발부'라는 단어에서 머리카락에 해당하는 '발'이라는 것을 신, 체, 부(피부)와 대등하게 병렬한 것처럼(심지어는 피부 앞에) 머리카락을 대단히 중시해서 그런 것 같다 싶어요. 머리카락에 영혼을 부여한 것 같기도 하구요. 그래서 머리카락을 모아두었다가 죽을 때 같이 관에 넣기도 햇으니까요. 미라로 발견된 조선의 여인과 함께 머리카락이 모아둔 게 있었구요. 이렇게 머리카락을 소중히 여겼기 때문에 금발에 반대해서 자살하기도 했죠. 청의 영향하에 있으면서도 변발을 혐호했죠. 머리카락을 손상시키지 않고 그것을 보호하는 관을 차용하는 것 자체가 유교적인 표준 예절이 되었던 것이구요. 유교가 먼저인지 아니면 머리카락(그리고 그것을 보호하는 관)이 먼저인지 헷갈릴 정도로 양자가 얽혔다고 생각되요.

이럴진데 조선의 선비의 문화의식이 갓으로 상징되는 것은 이상하지가 않죠. 그리고 머리카락을 잘 보호 또는 은닉하기 위한 수단으로 각종 모자의 종류가 넘쳤을 것이구요. 모자의 종류가 많은 것은 마치 옷의 종류가 많은 것이나 진배 없었을 것이구요. 그래서 아래 기사에서도 인용되는 바, 구한말 서양인들이 많이 조선에 방문해서 인상적인 장면으로 다양한 모자를 들거든요. 조선이 별로 풍부한 나라가 아닌데도 모자만큼은 서양 사람이 상상을 넘어서는 다양성을 보인 것이죠. 이에 반해서 옷은 상대적으로 단순해서 보통 '백의'라고 단순하게 이미지화되죠.

조선=유교=선비=갓이 이렇게 서로 물리는 연쇄 이미지인데 마침 성리학적 문화관념을 배경으로 한 좀비 영화가 세계적으로 히트를 했다고 하니 조선 또는 선비가 하나의 구체적인 캐릭터로 자리하는 것이겠죠. 영화에서 좀비가 퍼진 것도 신체발부 수지부모 때문에 감염된 시신을 태우지 않은 것으로 설정되니 좀비 영화에 그럴싸한 reality를 부여하면서 동시에 조선=유교=선비가 등식이 자리하는 것이죠. 그리고 이렇게 캐릭터가 설정된다는 것은 그만큼 그 존재성이 풍부하게 타자로부터 인지되고 인정된다는 것이기도 하구요.

킹덤은 넷플릭스가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서 제작한 것이라고 하는데, 한국 directing에 넷플릭스의 스폰서/플래폼이 자리잡는 것 같죠. 아시아권에서의 한국의 문화 파워는 더 가속화될 것 같구요. 이게 한국이 아시아와 서구의 접점에 위치해서 그렇겠죠.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한국이 아시아 컨텐트 시장에 들어가는 가장 쉬운 접점인 것이구요. 그런데 아시아권을 겨냥했는데 그게 서구에서도 상품성을 갖는 것은 역시 역으로 한국을 통해서 아시아를 들여다보는 것이고 한국의 선비문화같은 독특한 아시아문화가 한국의 제작진의 세련된 포장을 통해서 서구에서도 상품성을 갖는 것이죠. 적어도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한국이 매개 중심성을 잘 활용하고 있어요.

--인용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된 드라마 ‘킹덤’의 반응이 놀랍다. 특히 흥미로운 건 킹덤을 본 많은 외국인들이 조선시대 사람들의 모자, 특히 ‘갓’에 매료됐다는 점이다. 트위터에 올라온 짧은 리뷰들을 보면 ‘팬시 햇’ ‘어썸 햇’ ‘뷰티풀 햇’ 등의 표현이 많다. “당신은 넷플릭스에서 킹덤을 꼭 봐야 한다. 좀비와 정말 팬시한 모자 때문이다” “킹덤을 통해 조선의 역사와 모자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졌다” “시리즈 2의 내용이 벌써부터 궁금한데, 2부에선 조선의 모자를 더 많이 보고 싶다” “넷플릭스 킹덤은 좀비와 모자에 대한 드라마다” “모든 사람이 끝내주는 모자를 쓰고 있다” “넷플릭스 킹덤 정말 끝내주는데 최고는 좀비보다 모자” 등의 리뷰가 이어지고 있다.

2017년 국립민속박물관과 천안박물관이 공동으로 기획한 ‘모자 품격의 완성’ 전시의 도록을 보면 실제로 조선은 ‘모자의 나라’였다. 개항기에 조선을 방문한 프랑스 민속학자 샤를르 바라와 같은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신분을 막론하고 각양각색의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우리나라를 ‘모자의 나라’ ‘모자의 발명국’ ‘모자의 왕국’으로 부르며 극찬했다고 한다. 프랑스 화가 조세프 드 라 네지에르는 “모자에 관한 한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자문을 해주어도 될 수준”이라며 감탄하기도 했다.


외국인들 눈엔 좀비보다 갓..'모자의 킹덤' 조선에 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