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의제 수준은 차원이 다른데, 스타일에서 손해를 봐요
[이재명의 의제 수준은 차원이 다른데, 스타일에서 손해를 봐요]
(2017.4.2 작성)
정책은 담론적(비전적 측면과) 기술적 측면이 다 반영이 되고 또한 그럴 때 정책이 추상과 구체, 보편과 특수의 변증법을 구현하면서 그 임팩트가크죠. 비전적 측면이 약하면 너무 지엽적이 되고, 기술적 측면이 약하면 공허해지구요.
이재명이 적어도 본인의 핵심의제(기본소득/국토세)에서는 비전과 기술적 측면이 변증법적인 통일이 이뤄져 있어요. 그것을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고는 다른 문제이지만 한국의 대선 의제로서 하나의 경지를 넘어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어요. 본인의 성과이기도 하지만 한국정치의 질적 도약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이렇게 의제가 있으면 후보가 대선에 되고 안되고를 떠나서 존재의 의의가 있죠. 그리고 그 의제가 의미가 있다면 다른 사람에 의해서도 계승되는 생명력이 있구요.
아래 후보토론에서 보면 이재명이 의제의 기술적 측면에도 자신만만하다는 게 확연히 보이죠. 기술적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디펜스에 자신감이 강한 것이구요. 그에 반해서 문재인은 아래 인용에서도 드러나듯이 반론 포인트를 잘 못 잡고 있죠. 기술적인 것에까지 감각을 가질 정도로 구체적인 사고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죠.
정책의 구체적인 면, 기술적인 측면을 훈련받는 가장 좋은 경로가 지자체장을 하는 거에요.특히 기초 지자체는 정부의 많은 위임사무들을 수행해야 하는데, 그 위임사무가 대중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 피부로 경험하게 되죠. 정부 차원에서 돈의 규모가 몇 백 억 원 정도라면, 지자체는 그보다도 훨씬 적은 몇 억 원단위에서 고민해야 하구요. 그게 상당한 제약조건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치열하게 돈을 고민하게 되고 그만큼 구체성이 높아지게 되죠. 그렇게 정부위임사무를 일선에서 하면서도 본인의 의제도 구현해야 하죠. 적은 예산으로 그런 것들도 만들어내려면 정말 머리를 쥐어짜내는 수고로움을 하는데 그만큼 아이디어 생산력이 높아지죠. 이 정도의 구체성은 광역자치단체장도 못 미치는 듯해요. 구체성 높은 행정을 경험해보지 못한 문재인이 기술적인 측면에 약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경험의 한계인 듯하구요.
지자체장의 구체적 경험이 있다고 해서 국정비전이 나오는 것은 또 아니죠. 그것은 그것대로 공부를 해야하고 감각이 있어야죠. 이재명이 그것을 갖추는 정치적 재능이 있어요. 기본적으로 정치적 포지셔닝의 사고가 강한데 지자체장이라는 구체적 경험이 정책의 기술적 측면을 훈련받게 한 기회가 된 듯해요.
다만 이재명은 톤이나 스타일에서 미진해요. 의제가 각이 분명하고 그로 인해 대립구도가 이미 잡히는 만큼 톤이나 스타일은 부드러워도 되고 불필요한 sentiment적인 대립구도는 피하는 게 맞는데, 이재명의 스타일이 그런 대립구도를 자초하거나 피하지 않는 면이 있죠. 프랑스의 마크롱도 무소속이고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등 이재명과 비슷한 면이 있기는 한데, 마크롱은 현재로서는 25%지지율을 얻고 있어서 르펭과 결선투표행을 할 가능성이 많아요. 처음엔 아웃사이더 인식이 강했는데 토론회 등에서 합리적이고 유연하다는 평을 얻어서 가장 토론회 득을 봤다고 해요. 반면에 이재명은 여전히 스타일에서도 대립구도를 자초하는 면이 있어요. 아래 문재인과의 토론에서도 마치 예전에 앨 고어가 상대방 부시를 토론에서 이기면서도 대중의 마음을 훔치지는 못했던 그런 우려를 빚은 비슷한 상황의 느낌을 주고 있거든요.
(이재명의 기본소득에 대한 문재인의 공격에 대한 디펜스는 42분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