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투사라는 강박이 다른 장점들을 가로막아요
[이재명은 투사라는 강박이 다른 장점들을 가로막아요]
(2017.4.6 작성)
이재명은 이번 대선 경선 참여가 전체적으로 득이 훨씬 많았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좋은 의제, 높은 수준의 전달능력, 작아도 탄탄한 조직력 등의 장점을 고려할 때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한 점은 아쉽죠. 그 원인이 '스타일'에 있어요. 이재명은 '돌파'라던지 '뛰어넘는다'던지 하는 도전적 단어들이 어울리는데, 그것도 물론 장점이지만 그것만이 색깔을 규정한다면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리 범위가 넓기 어렵죠. 이재명이 다음 대선에 나와도 역시 비슷한 정도의 지지율을 넘기 어려울 수 있는 것이구요. 오히려 다음 대선엔 참신함이라는 장점이 없어지니 지지율이 미비할 수 도 있고, 다음 대선엔 다른 스타일로 참신한 사람이 이재명의 자이를 대신할 수도 있죠.
그래서 이재명이 스타일의 변화가 없다면 이번이 최대치일 수가 있어요. 아래 인터뷰에도 보면 예의 귀에 잘 들어오는 레토릭이 보이지만 역시 항상 도전해야 한다는 강박도 확인되죠. 이재명이 평등한 세상에 도전하는 것은 그 의지는 좋으나 '평등한 세상'이라는 게 고정된 이상일 수도 없고 늘 추구하고 그리고 그 평등이 무엇인지 도달하는 길은 무엇인지는 가변적이죠. 그 가변성을 잘 포착해내는 게 시대의 흐름을 잡아내는 것이구요. 굳이 끝이 없어 보이는 과제(평등)를 강조하고 그것을 위해 '투사'로 무장하기 보다는 그 시점에서 할 일만을 강조하고 그것을 구현하면 되거든요. 이번 대선에 기본소득/국토세는 그에 부합했다고 할 수 있구요. 그런데 전반적으로 '투사'에 대한 기질 또는 나아가 강박적인 면이 강하니 그 audience의 폭의 한계를 못 넘은 것이고 앞으로도 달라지기는 어렵구요.
케이팝 오디션에서 성량이 풍부하고 고음도 잘 내는 지원자에 대해 심사위원들이 성량이 큰 장점을 추켜세우면서도 성량을 조절잘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해주죠. 좋은 심사평을 잘 남기는 박진영은 하이라이트를 제외한 부분은 오히려 대충 부르라고 오히려 어려운 조언도 해주구요. 대충 부르라는 게 못 부르라는 게 아니고 힘을 그만큼 빼라는 것이니 더 어려운 것이죠. 뭐든지 처음엔 힘이 잔뜩 들어가니 힘빼는 게 더 어려운 것이죠. 쉽게 대충 하는 것 같은데 부족함이 없는 게 숙련이구요. 그래서 장자에 소개된 일화로 그 기술이 극에 도달한 소뼈 발라내는 사람은 오히려 옆에서 보면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가고 너무 쉽게 하는 것 같다고 했죠.
이재명이 대단히 수준높은 전국정치인의 가능성을 보여줬어요. 성량과 고음을 갖췄다고 하니 유리한 것이죠. 그만큼 이재명은 이제 힘만 빼면 되는 거에요. 그런데 이재명이 큰 성량으로 고음에 힘을 주기만 하면 노래를 잘 부른다는 노래관이 안 바꾸지 않는다면 그 장점들이 제대로 발휘되기는 어렵죠.
-- 인용
이재명 시장은 "변방 장수의 한양도성 유람기가 대한민국 정치사에 없던 일이라 많은 분들이 놀란다. 끝난 것 같지만 끝이 아니다. 우리는 사실 이겼다"면서 "한양도성에 몇 군데 교두보를 만들었으니, 우리가 다시 한양도성을 넘을 때는 일거에 성벽을 넘자"며 다음 대선을 기약했다.
이재명 시장은 "세상에는 힘센 사람들이 비정상적이고 불공평한 구조로 성역을 만들어 자신의 이익을 챙겨왔다. 그걸 바꿔 모두가 희망을 가질 공평한 나라를 만드는 게 국민의 열망이고, 우리가 그 열망을 대신 받았지만, 아직 때가 아닌 거겠죠"라며 "언젠가 때가 오면 그 역할을 하리라고 본다. 저는 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