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중문화에서 남성성과 여성성의 수렴이 보여요
[요즘 대중문화에서 남성성과 여성성의 수렴이 보여요]
(2018.3.22 작성)
BTS는 이름은 많이 들었고 미국 음악시장에서도 자리를 얻었다고 해요. 아래 기사를 보니, 힙합음악을 했다는 게 운이 맞아서 인기를 얻을 수 있었나봐요. 그런데 뮤직비디오를 봐도 딱히 인상적인 것은 없고 무난하다 정도네요. 그럼에도 꽤 인기를 얻는 것은, 시대흐름과 잘 맞았던 듯해요.
원래 K팝이 여성들이 좋아하는 면이 있죠. 그런데 그 취향이 확대된 것이죠. BTS를 봐도 전형적인 서구의 마초적 남성상과는 거리가 멀어요. 남자들이지만 동양의 남자들의 이미지는 여성적인 면이 강해요. 예전에는 서구권에서 이러한 이미지는 별로 선호되지 않았는데, 최근 밀레니얼 세대의 부상과 더불어(그들이 음반시장의 주 고객이죠), 선호 이미지가 바뀐 것이고 BTS가 때마침 존재한 것이죠.
요즘 서구에서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이 전반적으로 연성화에요. 종래의 마초성이 없어지고 착하고 무난한 면이 강해요. 이게 남자들도 그렇죠. 마초적이라는 게 별로 실익이 없는 세상이 된 것이죠. 요즘은 서구의 젊은이들이 술도 잘 안 마시고 그러니 별로 주먹질도 안 한다고 하거든요. 육체적인 것보다는 컴게임으로 조용히 즐기는 것을 선호하구요. 힘들고 어려운 일은 인공지능로봇이 다 해주는데, 마초적 남성상이 무슨 차별성이 있겠어요. 그래서 여성적 이미지가 강한 아시아의 보이 그룹이 서구(특히 미국)에도 통하기 시작한 듯해요. 그런데 한국의 보이그룹은 칼군무같은데서는 남성성이 빠지지는 않으니(칼군무는 케이팝이 하나의 특징 포인트같아요), 그냥 온전히 여성적인 것은 아닌 것이구요. 한국의 보이 그룹이 남성적인 면이 없지는 않지만(당연하죠), 여성적인 이미지가 강하니 그게 서구에서의 새로운 이미지 추구와 맞게 된 것이죠. 아시아에서 리버럴/젠틀 이미지를 갖는 남성성은 아마도 한국에서 생산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게 한국대중문화의 장점이죠.
반면에 여성그룹에서는 오히려 남성적인 면이 장점으로 부각되는 듯해요. 해체되었지만 2NE1은 여성적 이미지를 내세우지 않고, 오히려 중성이거나 도발적인 면을 내세웠죠. 저야 별로 안 듣는데, 2NE1의 '내가 제일 잘났어'는 서구 기준에서도 파격적인 면이 있었거든요. 그 멤버였던 씨엘이 평창 올림픽 개막식에서 부른 '나쁜 계집애'도 역시 시대 흐름에 부합하는 파격성이 있구요. 아시아권에서 아주 '도발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대중문화는 아마 한국에서나 나올 수 있을 것이니 한국의 차별적 강점이죠. 심지어 서구에서도 이제 여성들이 원하는 여성도 '예쁜' 게 아니고 오히려 파격적이고 종래 남성에게 기대했던 '마초성'의 일단을 여성에게 기대하는 것이죠. 남성에게는 좀더 여성적인 것을, 여성에게는 좀 더 남성적인 것을 기대하는 시대인 것이죠. 결국 남성성과 여성성이 수렴되는 시대인 것이죠. 실제 인공지능로봇 시대에는 별로 남성성과 여성성이 구별될 이유가 없거든요. 젊은 세대가 나름 감각적으로 자기들이 살아가야 하는 시대의 모습을 내면화하는 게 대중문화에 드러나는 것이죠.
트렌드라는 게 참 신기해서 자기한테는 어색한데도 시각적으로는 cool해보이는 게 있죠. 제가 BTS이니 2NE1이니 하는 것에 감각적인 관심은 당연히 없고 문화트렌드로서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인데, 그래도 이런 게 cool해보여요. 비록 제가 흥얼거릴 노래는 아닌데도 그렇죠. 흥얼거리는 류라면 TV에서 7080콘서트일텐데(요즘도 하나 모르겠네요), 시각적으로는 저도 이미 그런 것은 좀 답답하고 궁상스러워보여요. 이게 자기도 모른 채 트렌드 코드를 바뀐 채 수용하는 것이죠. 이런 인간의 문화적 적응이라는 게 놀라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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