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표현을 글자그대로 받아들이면 오히려 이상해지는 경우가 많죠
[언어표현을 글자그대로 받아들이면 오히려 이상해지는 경우가 많죠]
(2017.3.25)
어떤 이의 언어가 불명료하다고 불평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모든 이의 언어는 불명료하죠. 이런 불명료한 언어로 소통해가는 게 신기할 정도인데, 그게 가능한 것은 사람들이 언어 자체로(literally) 상대방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죠. 상대방의 의중을 헤아려서 말하는 거에요. 예를 들면, "조만간 제가 점심살께요'라고 상대방이 말하면 그런 정도로 친근함을 표시했다는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그만큼 고맙게 생각하는 것이지, 정말로 상대방이 그럴 것으로 여기지는 않거든요. 문화권에 따라서 이런 친근함의 언어 표현은 명시적의미와의 거리는 다 다양하게 표출되지만, 그 의미 차이가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죠.
아이가 언어를 배우는 과정도 경이롭고 고맙기까지 하죠. 사전의 단어는 결국 그 사전의 다른 단어들로 설명될 수밖에 없어서 tautology를 면하지 못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어와 문장을 익히는 것은 사실은 그 단어와 문장에서 상대방의 의중을 읽기 때문이죠. 그리고 상황맥락까지 결합시켜서 그 의중의 상이한 면들까지 포착해내구요. 예컨대, 호남 지방에서 자주 쓰이는 '거시기'라는 모호한 표현이 놀랍게도 이심전심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게 그런 점이죠. 그래서 언어를 익힌다는 게 언어 자체라기 보다는 상대방이 의중, 상황맥락을 다 인지해내는 대단히 복합적이고 신비하기까지 한 과정이죠. 상대방을 포함해서 포괄적인 상황맥락을 포착하기가 쉽지 않은 발달장애를 가진 경우 언어라는 게 대단히 습득하기 힘든 대상일 수밖에 없구요. 어쩌면 발달장애에 '장애'라기 보다는 많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단히 모호한 표현들을 가지고 이심전심으로 신비한 소통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겠죠.
그래서 진영의식이나 선입견이 없어질 수가 없는 것이, 이미 언어 자체가 이러한 사전적 프레임을 요구하거든요. understand라는 영어 단어가 한자어 '이해'라는 단어보다 오히려 더 선명하게 '받아들인다/복종한다'는 '이해'의 의미를 잘 드러내주죠. 한자어의 '이해'단어는 글자 그대로 대단히 이성적인 면이 강조되는데 그게 오히려 더 이례적인 것이죠. 대게는 '이해가 된다'고 할 때는 자기에게 친숙한 사고 프레임과 무난하게 접목된다는 것이거든요. 언어를 익힌다는 게 이미 프레임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선입견이나 주관주의를 피해갈 수가 없는데, 그럼에도 그것을 극복할려고 하는 게 지적 동물로서 인간의 숙명이기도 하구요.
아래 fun으로 소개되는 바 정말 literal meaning대로 한다고 하면 오히려 소통의 실패를 야기하는 게 이상한 듯도 하지만, 사실은 언어가 갖는 피할 수 없는 특징이기도 하죠. 아래 예에도 나오지만 선입견이 상대적으로 약한, 또는 아마도 다른 선입견을 갖고 있을 지도 모르는 아이들이 어른이 전하는 표현을 글자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죠. 그래서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가 되죠. 그런데 재밌는 거리라고 치부하기에는 대단히 시사성이 큽니다. 아이의 '글자그대로' 반응에서 사실은 화자가 지니는 암묵적 모호함이 드러나거든요. 언어로 명료하게 의사전달에 실패하면서도 시험문제 등에서 화자의 의도를 요구하는 셈이 되거든요. 입시 등의 문제에서 오류라고 하는 게 화자는 이미 너무나도 빤하게 답을 생각하고 있고 그래서 그에 대한 답을 기대하지만 시험을 보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가 않고 정말로 글자 그대로 해석할려고 하는 과정에서 출제자가 간과한 다른 답도 부상하는 것이죠. 그런데 그런 것들이 몇 개 되지는 않는 것은 이미 출제와와 시험보는 사람이 대단히 많은 것을 이심전심으로 공유해서 그렇죠. 그 공유기반을 제거하면 정말 소통은 어려운 것이구요. 출제자의 의중을 강요한 문제라고 비판하는 것도 맞지만, 사실은 이미 언어가 화자의 의중을 헤아려서 소통이 이루어지는 불가피함이 있는 것이구요. 이런 언어의 모호함을 의식하고 있는 게 지적 활동이기도 하구요. 그런 모호함을 의식하면 할 수록 소통이 상대방을 배려하게 되는 것이구요. 변증법적이죠. 모호하기 때문에 소통이 가능한 것인데, 그것을 또한 의식해야 보다 더 소통이 원활하다는 것이니까요.
최근에 SNS를 통해서 접한 프로그래머를 소재로 한 유머가 있습니다. 유머일 수도 있지만 사실일 가능성도 크다고 보여집니다. 프로그래머는 직업상 일반언어보다 훨씬 더 명료해야 하다보니 오히려 일반 언어 소통에 약해지는 면이 있거든요. 프로그래머뿐만 아니고 직업상 보다 명료한 언어를 다뤄야 하는 경우 일반언어에서는 오히려 우스꽝스러워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명료한 언어를 다루는 사람은 오히려 그 명료함을 경계하기까지 해야 하는 것이죠. 명료해서 소통에 실패하는 아이러니가 얼마든지 가능하거든요. 유머는 이런 식입니다. 프로그래머 남편을 둔 아내가 퇴근하는 남편과 통화하면서 퇴근 길에 마트에 들려서 남편에게 "계란을 3개 사와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러면서 추가부탁을 하는데, "마트에 사과가 있으면 10개 정도 사오라"고 하구요. 그런데 남편이 집에 가져온 것은 계란 10개입니다. 저도 처음에 접했을 때는 어안이 벙벙했고 잠시 시간이 지나서야 이게 유머인 줄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