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soning과 herd behavior의 대조도 인간이 변증법적 존재임을 잘 드러내줘요]
(2018.4.24 작성)
사람이 reasoning을 하지 못하고 선입견에 사로잡힌 사고를 한다는 것은 요즘에는 신기한 바가 아니에요. 이미 많은 심리학 연구들이 그것을 보여준 바 있고 아래 기사는 그런 연구결과들을 잘 리뷰하고 있어요. 그리고 대체적으로 그것을 사회화의 결과물로 보네요.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하고 받아들이는 게 무난하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것은 원시 수렵채집사회에서 남들과 다른 사고를 한다는 게 별로 이득이 없다는 것이구요. 이에 반해서 reasoning은 남들과 달리 사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에요. 이게 인간에게 양면성으로 작용하는 것이겠죠. 한편으로는 남들(또는 자기가 이미 정해놓은 결론들/선입견들)을 따라가야 하기도 하고, 반면으로 인간은 자기만의 길을 따라가야 하는 상황에 처하는 것이죠.
그런데 사람이 프레임에 지배받는 이유를 저는 사회화보다는 좀 더 간단하게 '정보 효과성'에서 봐야할 것 같아요. 이것은 동시에 reasoning도 설명해주는데 정보절약성이 최선이 아닐 경우 인간이 취하는 접근인 것이죠. 뇌는 지금도 많은 자원을 활용해서 무리가 따르는데(에컨대 상기되어서 피가 머리로 몰리는 것은 육체적인 관점에서는 대응력이 낮아지니 분명 손해죠), 인간이 모든 정보를 reasoning으로 구성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죠. 그래서 기존자기의 관념(선입견), 남들에의 추종 들을 통해서 정보처리의 부담을 최소화시키는 것이죠. 그런데 이런 최소화 노력은 다만 뇌를 구해주는 정도가 아니라 생존에도 유리하죠. herd behavior라고 하는 게 군집생활하는 동물에 흔한데, 어딘가 동료들이 뛰기 시작하면 사실 이유를 묻지 않고 뛰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이유를 물을 수도 없고 물어서도 안 되는 게 다들 뛰는 데 가만히 있으며서 왜 그런지 탐구하면 그때는 이미 야수의 먹잇감이 되버리는 것이죠. 목숨이 하나이니 짧은 시간에 가장 위험회피적인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오히려 reasoning 이라는 게 신기한 것인데 기본적으로는 '최선의 정보'처리를 위한 것이죠. 그리고 그것은 long term에서는 분명히 좋은 것이지만 short term에서는 불리할 수도 있는 바이죠. 그렇다고 할 때 만일 모든 인간이 매사에 reasoning을 한다면 그게 인간 집단에게는 불리할 수 있죠. 오히려 인간은 다수는 herd behavior를 하고 일부 소수가 반골적인 reasoning 을 하도록 하는 게 인간 집단 전체에 유리할 수 있는 것이죠. herd behavior의 와중에 놓친 것들을 소수 인간들이 탐색하는 것이죠. 이렇게 보면 왜 herd behavior을 거부한 사람들이 소수이고 철학자들이 그러했는지도 이해가 되죠. 그리고 그런 소수는 박해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구요. 그러면서도 그런 소수의 reasoning을 한 사람들에게는 한편으로는 탄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존경을 품는 것도 인간의 신기한 점이죠. 소크라테스와 예수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가 그렇게 이율배반적이죠.
그럼 왜 이렇게 인간은 reasoning을 하는 동물이라는 사실과 다른 인간에 대한 이해가 자리잡았을까도 단서가 있죠. reasoning을 하지 않으면서도 그에 대한 선망도 인간이 있다는 것이죠. 예컨대, 소크라테스에게 독약을 먹일 지언정 소크라테스가 변증(dialogue)를 하면 사람들은 존경심을 갖거든요. 그 존경심은 물론 시기심도 포함하는 것이구요. 그리고 역시 발언이나 글을 써서 영향력이 넓은 사람들은 역시 reasoning을 하는 사람들이죠. 비록 당대에 대접을 못 받았다고 해도 그 사람들의 영향력은 시대를 초월하죠. 그러다보니 그 사람들의 글 자체, 그리고 그 사람들의 인간을 보는 관점인 '자기중심성'(사람들도 다 자기들처럼 reasoning을 할 것이라는 착각 내지는 그런 당위적 사고)이 또한 사람들에게 쉽게 공유되버리는 것이죠. '인간은 합리적이다'가 결코 보편적으로 맞지 않는데(아래 기사가 그 내용), 그렇게 주장하는 바의 소수의 영향력이 크니 사람들이 그렇게 믿어버리는 것이죠(이게 역시 herd behavior). 이것은 반대로 '사람들은 비합리적이다'라는 주장이 대세가 되면 사람들은 언제든지 그것을 믿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구요.
reasoning 대 herd behavior라는 게 서로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변증법적 구도에요. 인간이라는 종의 존재를 위해서 양자는 존재해야 하고 후자가 비중이 커야 좋아요. 반면에 전자는 비중은 낮아도 영향력이 큰 게 좋구요. 그래야 소수의 reasoning을 다수가 herd behavior로 활용하는 것이니까요. 인간은 많은 면에서 이렇게 자기 모순적인 존재에요. 변증법이 그냥 나왔을 턱이 없어요. 인간자체가 변증법적이거든요.
아래 글은 전문기자가 쓴 것인데 참 잘 써요. 퓰리처 상도 받았다고 하네요. 이런 수준 높은 글을 쓸 수 있는 게 필자가 해당분야 전문가가 아닌데도 문헌 리뷰의 폭이 넓어서 그래요. 그리고 해당분야 전문가가 아니니 대중 눈높이나 문제의식으로 해석해내는 장점이 있구요. 정치에서의 herd behavior라는 게 요즘 포퓰리즘 시대에 문제인데, 그게 인간에게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라는 것이 자연스럽게 스토리가 이어지거든요. 한국의 기자들도 이렇게 문헌 리뷰를 폭넓게 할 수 있어야 지적인 논평 기사를 쓸 수 있어요.
--인용
This lopsidedness, according to Mercier and Sperber, reflects the task that reason evolved to perform, which is to prevent us from getting screwed by the other members of our group. Living in small bands of hunter-gatherers, our ancestors were primarily concerned with their social standing, and with making sure that they weren’t the ones risking their lives on the hunt while others loafed around in the cave. There was little advantage in reasoning clearly, while much was to be gained from winning arguments.”
https://www.newyorker.com/magazine/2017/02/27/why-facts-dont-change-our-minds?mbid=social_facebook
https://www.facebook.com/KIM.Seokhyeon.ik/posts/2013039042041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