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의 다양한 변주가 세계 곳곳에서 있었던 것은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도 더 광범위하더군요. 아리랑의 매력은 누구나 처음 들어도 오래전에 들었던 것처럼 편안하다는 것이지요. 음악의 히트여부를 가려주는 시스템(미국의 기업이 개발)에서도 아리랑은 10점 만점에 무려 8.9를 나타내줍니다. 미국사람들 누구나 알고 좋아하는 amazing grace는 7.0이구요. 아리랑이 미국에서 찬송가 멜로디로 차용되어서 쓰이고 있습니다. 멜로디가 편해서겠죠. 아리랑을 처음 듣는 사람들한테 느낌을 물었을 때, soothing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네요. 그리고 아리랑은 굉장히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다 원래 그 음악이었던 것처럼. 발명자는 없지만, 대단한 멜로디의 발명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사람들을 통해서 아리랑이 미국에도 알려져서, 재즈로도 편곡되고, 넷킹 콜은 한국어로 노래를 불러서 음반을 발매했군요. 일본의 가와사키 고등학교는 오케스트라 활동으로 유명한데, 아리랑의 다양한 변주를 주요 레퍼토리로 쓰고 학생들도 좋아한다고 해요.
재밌었던 것은 아리랑에 대한 한국인의 이미지는 '부끄러운'이라는 느낌에 강하게 연결되어 있군요.(시각이 무의식적으로 향하는 곳이 어딘지를 측정하는 도구가 있어요. 기아의 K..이름도 이렇게 정해졌다고 하는). 이것은 나운규가 아리랑 영화에 차용하는 나운규 버전의 아리랑이 일제시대에 아리랑의 대표버전으로 널리 퍼진것과 관계가 깊어 보입니다. 슬픈 시대에 한국사람들의 정서를 담아준 거였죠. 그 전의 아리랑은 좀더 경쾌했거든요.
이랬던 아리랑이 2002년 월드컵을 거치면서 경쾌한 아리랑으로 진화했구요. 아마도 그렇게까지 아리랑이 슬플 이유는 없겠죠. 한국사회 전반의 변화를 상징하는 것이겠구요. 한국사회가 힘들다고 하지만, 그래도 한국의 역사상 세계 무대에서 이렇게까지 진취적이었던 시대는 없을 거에요.(아직까지는 가장 주목받는 국가의 대통령인 오바마가 연설할 때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그런 나라인적도) </span>
저는 아리랑이 스페인의 플라멩카처럼 모든 지역의 버전들이 세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서 새로운 버전들이 창작되구요. 그렇다면 또한 대단한 문화적 자산임과 동시에 문화상품이 되겠죠.
아리랑만이 물론 훌륭하고 독보적인 것은 아니죠.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 랭 사인, Auld Lang Syne 도 참 좋고, 마우리족의 노래 Pocare care ana (연가로 변역된), 또한 많은 아프리카나 중남미의 folk music이 좋죠. 이런 음악들이 인류의 문화자산인 것이죠. 아리랑도 역시 그러한 문화자산으로서 존재감이 부각되는 것이 좋은 거죠.
아리랑 외에도 잠재적인 문화자원이 많이 있다고 생각해요. 무당굿도 세계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 에너지가 굉장하거든요. 최근에 개봉된 다큐영화로 무당이면서 장구의 명인에 대한 호주-NHK제작한 게 있죠("호주 재즈 드러머의 국악 고수 찾아 ‘삼만리:다큐 영화 ‘땡큐 마스터 킴’’" http://www.hani.co.kr/arti/culture/movie/436199.html). 지방마다 다양한 농악도 물론 그렇구요. 비나리도 그렇죠(소원을 비는 것. 남사당패의 것이 전해오구요) 상여노래도 저는 참 좋더라구요. 세계화시대에는 자기의 개성이 그만큼 중요해지구요. 그만큼 자기의 문화도 더 중요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자기의 개성이 없으면 그 존재감이 없어지니까요.
cf. 한국의 방송수준이 미국에 비하면 일반적으로 높습니다. 원래 SBS가 미국의 FOX같은 게 되지 않을까 우려가 있었을 텐데, SBS가 흥미위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미국의 주요 공중파보다는 공익성이 더 있다 싶습니다. 이것은 사회문화의 반영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