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7.15)
[Daniel Tudor의 Korea, the Impossible Country 강추]
Daniel Tudor의 Korea, the Impossible Country(2012)가 너무 재밌네요. 어떤 내용인지 알려고만 했는데 그만 상당 부분의 내용을 보고 말았어요. 이럴 때 죄의식 좀 들지만, 어쨋든 빨리 봐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독서 효율은 대단히 좋습니다.
조금 맘먹고 서평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재밌었어요. 여행기나 인상비평에 준하는 한국에 대한 책자라고 생각했는데 한국의 역사, 문화, 정치, 경제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깔려 있어서 대단히 informative합니다. 아마도 한국을 방문하고자 하는 영어권 독자에게는 필독서가 될 것 같습니다. 한국에 대해 거리 두고 보기를 원하는 한국인 독자에게도 물론 대단히 유익한 책이 될 것이구요.
더불어 영문판을 보면 한국에 대해 영어로 말하고 싶은 사람에게 좋은 어휘와 문자의 지침서 역할을 하겠어요. 영어를 쓸 때 좋은 출발점 중에 하나가 한국에 대해 아주 잘 쓴 영어로 된 책을 보는 거에요. 그럼 맥락정보에 익숙하기 때문에 어휘 습득이 아주 쉽습니다. 책의 영어 단어를 보지 않고 문맥으로 눈치 채는 게 제일 좋은데 그게 가장 가능성이 있는 게 한국에 대해 영어로 쓴 것을 보는 것이죠.
이런 책을 쓸 수 있다는 게 저널리스트의 매력이에요. Tudor가 어떤 전공을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옥스포드를 나와서 맨체스터에서 MBA를 했다는 게 신문기사에 있네요(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1812893). 그런데 전공이 무엇일지 궁금할 정도로 방대한 내용에 대해 다루고 있어요. 그리고 각각에 대해 적어도 제가 아는 견지에서는 state-of-the-art에요.
경제나 정치 같은 경우는 책을 보고서 어느 정도 공부한다고 하지만 문화는 쉽지 않거든요. 공부도 해야겠지만 딱히 공부할 텍스트다 정형화되어 있지 않죠. 그리고 역시 경험을 해봐야 해요. 쉽게 얘기해서 좀 놀아봐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면서도 틈틈히 공부도 하면서 경험에 묻혀가는 것을 막아야 해요. 방향타는 쥐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한국의 대중문화를 다룬 21장(영화), 22장(음악)을 다룬 장이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이 사람이 다만 취재를 위해 '공부'한 게 아니라 정말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구나라는 인상이 들었어요. 특히 제가 좋아하는 대목은 신중현에 대해 많은 비중을 둔 대목이에요. 저 역시 마찬가지 입장이라서요(http://vittorio.tistory.com/entry/아-신중현). 그런데 저야 신중현 음악이 좋다하는 정도지만 이 사람은 팝의 세계적인 맥락에서 그리고 한국적 특수한 사정에서 신중현을 위치짓고 있네요. 이런 포지셔닝을 할 수 있어야 수준 있는 저널리스트가 되는 것입니다. 독자에게 어디에 있는지 지도서비스를 해주는 것이니까요.
Tudor가 제1장을 샤머니즘에서 시작하는 대목도 아주 좋아요. Tudor도 언급하고 있지만 샤머니즘이라는 게 주류 주제는 아니죠. 하지만 한국의 문화에서는 영향력이 막강하다고 보고 있어요. 대게 서양인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인상적인 문화적 충격을 받는 게 이 것이기도 해요. 그리고 한국인들은 못 느끼지만 한국의 많은 문화에 미치는 그 영향이 보여요. Tudor도 언급하고 있지만 기독교나 불교와 같은 한국의 주류도 샤머니즘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거에요. 샤머니즘 적 열정이나 기복의식이 기독교나 불교에도 나타난다는 것이죠. Tudor도 보고 있지만 샤머니즘이 갖는 다원성(각 무속인마다 신이 하나씩 있는 것)도 지금의 사회 특히 포스트모더니즘적 사회에서는 대단히 매력적인 것이기도 해요. 한 명 한 명이 개성적으로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이거든요. 사회 전체를 관철하는 uniform한 주류종교들에게서는 없는 것이구요.
샤머니즘은 지상현이 말한 한국인의 조울증적 특징(이것은 절대 비하가 아니고 정신분석학에서는 모든 인간은 신경증환자에요. http://desica.tistory.com/entry/한국인의-마음지상현-2011-강추)이 잘 드러난다고 보여요. 한참 울다가 웃다가 그 에너지의 고저가 엄청나요. 지상현은 한국의 단청에 드러나는 강력한 보색대비도 조울증에서 조증적 특징이라고 봐요. 지상현은 조울증적 특징을 '매닉친화형'이라고 말해요. 글자 그래도 미친 듯한 데가 있다고 하는 거에요. 한편으로는 예측불허이고 안정성이 떨어지지만 엄청난 에너지가 수반되는 것도 사실이죠.
Tudor도 hermit kingdom과 2002년의 '붉은 악마'의 강렬한 대조에 주목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10장에 한과 흥을 모두 엮어서 서술하고 있어요. 과거에 한국을 기술할 때는 한에 주목했죠. 요즘은 흥에 주목하는 게 많아졌어요. Tudor도 역시 요즘의 한국을 보는 입장에서 꼭 위의 지상현의 책을 안 봤더라도 한과 흥을 묶게 되었다고 봐야겠죠. 한과 흥은 영어로는 soul/blues와 swagger겠죠(SBS 케이팝 스타를 보면서 알게 된 단어에요). 이 두 상반된 측면이 고스란히 있는 거에요. 한국의 장단도 아주 느린 장단에서 아주 빠른 장단이 제시되어 있고 한국 음악을 하는 사람은 이 양 극단에 모두 익숙해져야죠. 풍물 놀이보면 느리다가고 클라이맥스에서는 엄청나게 빨라지죠. 그 에너지의 고양이 대단합니다.
Tudor가 분명 한국에 애정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내부담합자의 함정에 빠지지 않은 것은 독자에게 큰 도움이 되는 바에요. 냉정하게 한국의 이율배반을 다뤄요. 이민자에 대해서도 서양권과 아시아권을 차별하는 것도 다루고, 한국의 여성이나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도 다루어요. 이렇게 애정이 있데 거리를 두고 보는 사람의 글이 되게 도움이 됩니다.
Tudor는 역시 저의 지론을 확인시켜줘요. '어떤 나라에서 태어나서 산다고 해서 그 나라를 잘 아는 게 아니다. 대단한 애정에 기반한 공부를 해야만 비로소 아는 것이다'라고. 한국인들이 대게 한국을 안다고 확신을 해요. 그리고 한국이 갖는 peculiarity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갖다 보니까 외국인이 한국을 뭐 알겠어 하고 거만한 태도를 보입니다. 그런데 막상 한국을 공부하려고 애쓴 사람이 한국을 잘 이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Tudor의 책을 보면서 한국에 대해 저 역시 모르고 있었던 것들이 많구나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어요. 제2장 불교에 대해서 다룰 때 한국불교의 대승불교적 특징을 잘 다루고 있어요. 대승불교가 Mahayana라는 것도 덤으로 알구요(대승불교는 보다 상대주의적 입장.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고 여기고 그래서 전파도 강조하고). 소승불교는 Theravada이구요. 인왕산이 한국 샤머니즘의 주요한 산인 것도 알구요(저는 북한산인줄 알았어요). 한국인들도 한국 경제를 말할 때 재벌만 언급하는 경향이 많은데 그래도 일부 스타 벤처기업을 언급하고 있는 것도 저자가 그만큼 up-to-date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Tudor가 한국의 다양한 종교전통을 찾고자 하는 것은 단지 그 자체를 설명하려는 것을 넘어서서 한국의 자본주의 독특한 측면(한편으로는 엄청나게 가혹한 경쟁과 더불어 다른 한편으로는 정실적이고 위계적인)과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설명하려고 하는 것이죠. 늘 그렇듯이 이런 경우는 이현령비현령이 되기 쉬어요. 하지만 그게 없는 것보다는 그래도 독자에게 이해를 도와줘요. 해석의 편향은 있겠지만 낯선 사람에게는 그게 좋은 생각의 단초가 되거든요.
아래에는 몇 개의 재밌는 대목들을 인용합니다. 저는 특히 김구의 아름다운 나라 인용한 대목이 맘에 듭니다. 두루두루 많이 읽네요.
Korean independence fighter Kim Gu stated that, “I do not want our nation to become the richest and most powerful nation in the world. . . . It is sufficient that our wealth is such that it makes our lives abundant.” Instead, he wanted Korea to become “the most beautiful nation in the world,” one that provides happiness for its own people and others. Were he alive today, he would probably be disappointed with some of what he saw. But even he would have to admit that this impossible country has come a long way.
According to Homer B. Hulbert, a nineteenth century American missionary to Korea, “The all-round Korean will be a Confucian in society, a Buddhist when he philosophizes, and a spirit worshipper when he is in trouble.”
The trading of benevolence in return for loyalty is still a factor in Korean offices: whistleblowing is rare, as it goes against the employee’s obligation to his superior. A typical Korean boss is also more paternalistic than one from a non-Confucian society. He will take greater interest in the personal lives of his staff, and feel the need to treat them to lunch or dinner with regularity.
Until the 1980s, the way for a poor young person from a small village to improve his lot was to grasp that educational lifeline and study around the clock to gain entrance to institutions like Seoul National University, Korea University, or Yonsei University (collectively, “SKY”) and graduate with a degree in a subject like medicine.
Unlike in other Asian countries, the early growth of Catholicism happened not via missionaries (who had reached China and Japan but not Korea, despite several attempts throughout the 1600s and 1700s) but from Koreans who had come into contact with the religion in China and returned to preach it to fellow Koreans. It was a grass-roots movement, with very little involvement from foreigners.
Their dominance of the industrial landscape is also intact: of the top fifty companies listed on the Korean Stock Exchange, only three are not chaebol (or former state-owned firms): NHN, NCSoft, and Shinhan Bank, an old bank that was reorganized by Japanese-Koreans and brought to Korea in 1982.
It is to be hoped that this culture changes at some point, and that more is done to encourage real entrepreneurship in Korean society. No one should wish for the weakening of the likes of Samsung Electronics—South Korea’s flagship firm and biggest export earner as a world leader in semiconductors, mobile phones, and computers—but a more advanced economy requires a freer exchange of ideas, more competition, stronger creativity, and above all, the opportunity for those with talent to build up new businesses that can take on world markets.
Eumju-ga-mu is really never far away in Korea. Drinking (and drunkenness) is more socially acceptable here than in neighboring countries like Japan, as well as most of the rest of the world. According to the World Health Organization, South Koreans drink slightly more alcohol than the Irish and the British and almost double the amount drunk by the Japanese, on average.
Mainstream Korean pop music lacks variety, but it was not always this way. In the late 1960s and 1970s, pioneers like Shin Joong-hyun—Korea’s first real rock star—made music that was creative as well as commerc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