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학력고사 치뤘던 사람들은 그때의 입시제도에 대한 판타지가 있죠]
(2018.4.9 작성)
아마도 옛날 80년대 때 전두환정권 때 학원도 없고 학력고사와 내신으로 대학입학사정이 이뤄졌던 때 세대는 그때의 입시제도에 대한 향수가 있고 그게 어렵게 사는 가정에는 더 유리하다고 보는 듯해요. 그래서 그때의 입시제도를 되살리는 게 간명하고 좋다고 주장하구요.
그런데 그때와 지금의 한국 사회의 구조가 달라진 것은 간과되요. 무엇보다도 그때 80년대에 전두환 정권이 학원금지를 하면서 대학은 입학하기 쉽고 졸업은 어렵게 하겠다고 하면서 대학정원을 늘렸음에도 그래서 대학입학이 30% 정도였다는 것이 간과되죠. 그래도 당시에는 어느 대학을 나와도 white color 직종을 구할 수 있었는데 그게 잊혀진 것이죠. 그리고 당시는 white color 직종 내에 편차도 별로 없었어요. 그때는 그냥 직종이 white color, blue color, 농수산업 이렇게 딱 3가지에 불과했거든요. 직종의 위계가 현저하게 약했고 그리고 대학의 위계라는 것도 현저하게 약했어요. 그래서 당시에는 소위 명문대학을 나왔어도 '똑똑하니 사회에 기여를 많이 해야겠군'이라는 기대를 받았지, '엔트리 통과했으니 잘먹고 잘 살겠군' 이라는 식의 부러움을 받지는 않았어요. 그러니 80년대는 대학을 또는 더우기 명문대를 다녔으면 더욱 사회적 책무를 많이 느껴야 했고 그래서 민주화운동/노동운동도 감수해야 했죠. 성격상 그런게 안되는 사람들은 오히려 소심함을 자책하다가 자살에 이르기까지 했어요. 대학을 나오는 게 엘리트라고 여겨졌고 그래서 white color로서 생계는 별로 걱정안해도 되었던 시기에는 '개인적으로 안락한 삶' 대 '소신있게 사회에 기여하는 삶'이 선택옵션이었던 것이죠. 그런데 지금 그런 선택 옵션은 고민거리도 안도죠. 명문대를 나와도 '개인적으로 안락한 삶'이라는 게 선택하면 되는 게 아니고 앙바둥되어야 될 똥 말 똥 할 정도로 각박하거든요.
그리고 학원이 간과되죠. 전두환 정권이야 폭압적이니 학원이라는 반인륜도 아니고 파렴치도 아니고, 오히려 공부를 더 제공하는 긍정적 기능이 있는 기관을 탄압할 수 있었죠. 지금은 그게 가능하지 않죠. 한국의 교육제도는 학원이 기본적으로 틀을 짜고 학교가 학원체제에 적절하게 위치지워져야 하는 게 현실이죠. 아이들은 학원을 중심으로 생활리듬을 짜야 하고, 학교에서는 학원숙제를 하거나 전날까지 늦게 학원에서 힘들게 보내느라고 졸리니 자야 하죠. 학원이 학생의(또는 부모의) 차별화 욕망을 기본적으로 맞춰주는 것이고, 지금의 학교라는 것은 내신이니 학종이니 하는 대학입시에 필요한 스펙을 일부 관리하고 검증받는 위치밖에 안되는 것이죠.
이렇게 세상이 구조가 바뀌었는데, 80년대 식의 학력고사와 내신으로 대학입시를 짠다고 과연 그 시대처럼 나름 학생이 개인기를 발휘한다고 될까 고민해야죠. 이제 학원이 각 개인을 철저하게 조직화하면서 학생의 개인기라는 것은 비중이 아주 낮아졌죠. 어차피 공부좀 하는 아이들에게는 20문제 중에서 18개 정도는 맞춰야 하고, 그 사이에서 차별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틀려야 마땅한' 두어 개 문제가 수능에서도 나오는데, 그 두어 개 안 틀릴려고 학원에 다니는 것이거든요. 학력고사라고 해도 다르지 않을 것이거든요. 또 수능이라는 게 이미 교과서니 EBS강의니 하면서 학력고사화되어 있구요. 한국의 시험이라는 게 무난한 80%와 그에 못미치는 20%를 구별하는 게 아니거든요. 상위 10% 정도의 학생들 내의 변별력을 만들어야 하는 게 한국의 시험이죠. 그러면 반드시 학력고사내에서 좀 까리하고 생소한 문제 두어 개는 있어야 하고 이것을 맞추냐 못 맞추냐는 학원 교육이 결정하는 거에요.
job 이 워낙에 불안정하니, 한국인들은 극도록 위험회피적이 되고 그래서 어찌되었건 한끗이라도 더 낫다고 생각하는 대학을 가고자 하게 되어 있어요. 그리고 대학 안에서도 취업에 유리하다고 한 끗이라도 낫다고 여겨지는 학과를 가고자 하게 되어 있구요. 이렇게 되면 그 한 끗 차이에 부합하는 만큼이나 학생들을 한 끗이라도 차이나게 나누게 되어 있구요.
그래서 무슨 제도를 도입해도 학생들은 빡세게 굴러야 하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학원이 화룡점정을 해야 하죠. 또 그 학원에서도 또 나름 좋다는 평을 받는 학원 내지는 사교육 서비스를 받아야 하고 그것은 다시 집안의 경제력으로 환원되요. 결국 개인의 개인기는 못 걸러내고 어떤 한국의 입시제도도 결국 학생이 아닌 그 학생의 '가정'을 평가해줄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래서 입시제도를 바꾼다고 해서 학생과 가정과 그리고 한국 사회가 나아지지 않는 것인데, 그 reality를 받아들이기가 힘들죠.
--인용
공부 하나 달랑 잘 해서 먹고 사는 불균형한 인성의 나는 그 우아하고 세련된 분들 사이에서 불편했다. 서민 계층 자제들이 잘 하는 건, 그나마 공부 하나밖에 없다. 도서관 덕분에 돈이 안드는 독서가 가장 큰 취미요 특기이다. 서민 계층 자제들에게 가장 유리한 시스템은 공교육, 교과서와 큰 부담없이 구입할 수 있는 참고서 범위 내에서 이를 응용해 변별력이 있을 만큼의 난이도로 출제가 되어 열심히 공부한 학생이 좋은 점수를 받는 아주 단순한 제도다. 이건 평범한 두뇌의 자녀를 둔 상류층 내지 중산층 학부모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제도이다. 시골 깡촌이나 달동네에서 우연히 돌연변이로 달랑 공부 하나 잘 하게 태어난 ‘불균형한 인성의 공부 기계’가 자기 아이의 자리를 빼앗아 갈지 모르니 말이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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