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substitution인 전통적 방식 말고 association에 기반한 물류센터 분류방식을 잘 이용하나보네요]
https://www.facebook.com/KIM.Seokhyeon.ik/posts/2454278861250608
쿠팡의 물류센터 분류방식이 나름 괜챦네요. 분류는 세상을 간단하게 만들어주는 작업이니 인지의 기본이라고 할텐데, '연관된' 것끼리 모은다는 게 기본이죠. 그런데 연관이라고 하는 것은 두 계통이 있어요. 하나는 대치될 수 있는 것으로 substitutive(대체) 가 있고, 다른 하나는 연관이미지로 이어지는 associative(연상)가 있어요. 이 두 계통은 현대 언어학의 원조라고 하는 소쉬르가 그의 책의 '언어구조'에서 제시한 것이고 언어가 어떻게 구성되느냐 또는 언어가 어떻게 확장되느냐'에 대한 기초가 되죠. 대체적인 연관성은 그것 대신에 다른 것을 쓰는 것이죠. 예컨대 A 브랜드 치약은 B브랜드 치약과 대체성을 갖으니 같이 분류하는 것이죠. 반면에 association은 치약과 연상되는 것으로서, 치솔, 치실, 또는 비누 등이죠.
원래는 대형마트가 만들어지면서 대체성에 기초해서 매장 분류를 했죠. 그런데 최근엔 연상성을 기초로 분류를 하는 시도를 하는 듯해요. 예컨대 퇴근길의 여성이 매장에 들려서 들려서 물건들을 고른다고 하면 이 여성이 고를 물건들을 아예 몰아서 두는 것이니 여성 입장에서 쇼핑이 편해지고 매장 측에서도 그만큼 구매를 촉진시키는 것이죠. 그래서 '연상성'이 갖는 분류의 nudge 성이 주목을 받는 것이구요.
쿠팡의 분류도 이런 연상성에 주목을 하는 것이고 그래서 물류센터 직원들이 고객이 고를만한 연상되는 물건들을 가까운 거리에서 찾을 수 있으니 업무 생산성이 높죠. 그런데 이게 거저되는 것은 절대 아닌데 고객이 연상성에 찾는 물건들이 무엇인지 데이터로 분석해야 하고 그리고 그런 물건들이 계속 적절하게 공간상에 반복되게 해야 되니 진열에 있어서 데이터/앨고리듬이 없으면 안되는 것이죠.
연상성은 전통적인 매장에서도 병존하죠. 예컨대, 캐쉬어 카운터 앞에는 자잘구레하면서도 가정에 필수적이거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류 등이 진열되죠. 미처 쇼핑 못했거나 또는 아이들이 조르기 쉬운 품목들이 있는 것이구요.
개인 단위에서도 연상성과 대체성은 자신도 모른 채 병존하게 되요. 좋은 예로 컴퓨터에서 파일들을 분류하는 것인데 큰 분류는 대체성 기준에서 이루어지면 좋죠. 대분류 폴더는 해당 폴더 안의 파일들이 대체성이 있는 것이죠. 예를 들면 사진이나 음악 파일들을 별도로 큰 폴더로 모아 두죠. 그런데 작은 폴더는 주제를 두고 그 주제를 구성하는데 필요한 연상된 파일들이 있기 쉽죠. 예컨대 보고서를 쓴다면 그 제목을 두고, 보고서를 구성하는데 필요한 각종 정보나 사진이나 직접 작성한 문서등을 담아두는 것이죠. 이렇게 작은 단위에서는 handy한 방식은 association이 효율적이구요.
재밌는 심리학 실험이 있는데, 동양사람은 원숭이를 보면 associative인 바나나를 연관성이 높다고 보고, 반면에 서양사람은 원숭이를 보면 같은 동물인 예컨대 곰을 연관성이 높다고 본다고 해요. 이것을 동양사회의 집합성, 서양사회의 개별성으로 해석하기도 해요. 그렇게 해석하는 게 맞는지에 대해 저는 유보적인데, associative가 갖는 일상의 삶에서의 유효성이 워낙 크거든요. 원숭이를 혹시 집에서 키운다면 당연히 바나나를 갖춰야 하거든요. 저는 그래서 동양사회의 locality와 서양사회의 보편성이 대립구도가 되는 쪽으로 해석을 하거든요. 동양사회는 가정을 중심으로 한 일상적인 시야로 강한 반면에, 서양은 '지구상의 발견'과 같은 대단히 큰 스케일을 경험했거든요. 한국인들은 중국, 일본과 같은 옆나라를 생각하면 되고 그에 익숙해졌지만(associative적이죠), 세계가 익숙해지면, 선진국, 개발도상국, 미개발국과 같은 substitutive 카테고리를 궁리하게 되는 것이구요. 그래서 내재된 문화상의 차이가 아니고 필요성의 차이인 것이고 이것은 마트에서도 재현되는 것이죠. 미시적 범위에서는 association이 그 적절성이 높은 거에요. 집에서 각자의 방은 자기가 주로 쓰는 물건들을 주변에 배치하고 사는 것이니 아이들 방마다 이런 게 반복되는 것이고 이것은 쿠팡의 물류센터 분류방식과 비슷한 것이죠.
---인용
그런데 쿠팡의 물류센터는 같은 제품이 여기저기 뒤죽박죽 보관돼 있다. 커다란 수납장 같은 진열대들을 일렬로 배열해놓고, 다양한 제품을 진열대 곳곳에 구역이나 종류 구분 없이 소량씩 배치하는 것이다. 같은 공책이 이쪽 진열대에도 있고 저쪽 구석 진열대에도 있다. 무질서하고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이 방식으로 쿠팡은 입ㆍ출고 작업 효율을 끌어올렸다.
물류센터에 보관할 제품이 도착하면 입고 담당자는 ‘랜덤 스토우’ 기반의 물류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단말기가 지시하는 진열대의 위치에 제품을 갖다 놓는다. 이 소프트웨어는 해당 제품의 주문 빈도와 센터 전체 내 배치 분포, 위치별 재고량 등을 토대로 최적의 진열 장소를 계산해 입고 담당자에게 알려준다. 제품을 아무 곳에나 ‘무작위로(random) 집어넣는(stow)’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고도의 알고리즘으로 제품별 배치를 설계하는 것이다.
주문 제품 목록을 받은 출고 담당자에게는 이 소프트웨어가 직원의 현재 위치, 제품의 위치별 재고량 등을 파악한 뒤 여러 경로의 동선을 재빨리 계산해 해당 제품이 있는 가장 가까운 진열대 위치를 보여준다. 치약과 공책을 가져와야 한다면, 일반적인 물류센터 출고자는 치약과 공책이 보관된 특정 위치로 무조건 이동해야 한다. 그러나 치약과 공책이 사방에 널려 있는 쿠팡 물류센터에선 출고자가 두 제품을 모두 가져올 수 있는 동선을 최소화해 움직이는 것이다. 이렇게 가져온 제품을 포장 담당자에게 넘기면 고객의 주소에 맞춰 분류, 포장, 배송된다.
http://www.hankookilbo.com/News/Read/2019020716347130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