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은 좋기만 한 게 아니고 사람을 규범체계 안에서 길들여서 소심하게 만드는 기회비용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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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실제 능력/지식/기술보다도 자신을 과신하는 것은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구석기 인간의 DNA겠죠. 일일이 다 재보다가는 사냥 자체를 못할 것이니까요. 아래 기사에서 소개된 Dunning-Kruger 효과라는 것은 인간의 그러한 면을 짚고 있고 통념상으로도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니 틀린 바는 아니죠. 그런데 요 효과를 트럼프에까지 적용하면 무리가 따라요. 사람의 지식이라는 것도 절대적인 게 아니고 다 사회규범체계 안에서 규정되는 것이거든요. 예컨대 야구의 규칙은 상당히 복잡하고 규칙적용도 어려운데(심판이 무지하게 많죠), 그 지식이라는 것도 사실은 야구라는 규범 체계 안에서만 의미를 갖을 뿐이거든요.
그래서 규범 체계를 넘어서면 또는 넘어설 수 있다면 지식 자체도 의미가 약해져요. 정벌을 나가는 알렉산더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처음엔 규칙대로 풀려다가 안되니 매듭을 칼로 잘라버렸죠. 알렉산더는 굳이 주어진 규범을 따라야 할 이유도 없고, 그렇게 주어진 규칙을 파괴하면서 오히려 알렉산더 본인이 일반적인 존재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죠.
트럼프는 일생이 규범 파괴적인 면이 있었죠. 부동산회사를 하다보니 순진하게 규칙따라가기 보다는 온갖 이면의 규범 파괴/회피적 노하우들에 익숙해졌구요. 여기에 하필 규범자체를 규정하는 미국의 대통령이 되버린 거에요. 국제규범이라는 것은 설령 문구로 존재하더라도 큰 의미는 없는 것이고 유일하게 강제력 있는 규범은 미국이 의도하는 것이죠. 트럼프는 그것을 너무나도 잘 이용하고 있죠. 역대 대통령들이 그래도 '대의명분' 때문에 주저하는 것을 다 무시해버린 것이죠. 규범을 파괴한다면 지식은 별로 의미가 없죠. 내 맘대로 할 수 있는데 '국제법'이라는 지식이 무슨 대수겠어요. 보통 사람은 규범 안에서 살아야 하니 규범에 엮인 많은 지식들을 익히면서 살아가야 해요. 그런데 그 규범을 넘어서서 스스로가 규범code를 작성할 수 있다면 규범에 따른 지식이 무색해지는 것이죠. 그리고 규범체계에 계속 익숙해지면 그만큼 사고는 제한된 상상(그래서 지식)밖에 못하는 것이구요.
다시 구석기로 돌아가면 구석기인들에게 대단한 지식이 필요치 않았겠죠. 지식도 몸으로 익히는 것들이니 다들 비슷할 테고 다만 용감하게 실행해내는 사람에게 높은 valuation이 이뤄졌겠죠. 무대포/무지식이 오히려 실행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이고, 그것은 지금도 아예 다르지는 않죠. 많은 좌고우면은 그 자체로 좋은 것이 아니고 항상 실행력의 감소라는 기회비용을 갖고 있는 거에요. '지식인' 하면 아주 유약하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이게 이상한 게 아닌 거에요.
---인용
"Donald Trump has been overestimating his knowledge for decades," said Brendan Nyhan, a political scientist at the University of Michigan. "It's not surprising that he would continue that pattern into the White House."
Dunning-Kruger "offers an explanation for a kind of hubris," said Steven Sloman, a cognitive psychologist at Brown University.
"The fact is, that's Trump in a nutshell. He's a man with zero political skill who has no idea he has zero political skill. And it's given him extreme confid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