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이 generic 약이 되어서 신약 대접을 못받는 것은 감수해야 해요]
(2018.4.7작성)
요즘 미국에서도 주요 대학에서 인문학 학위자 감소가 현저하네요. 그리고 미국은 이런 트렌드 변화에 대해 정책적으로 냉정하게 반응해서 펀딩을 짤라 버리니 한국보다도 변화가 더 빠른 면도 있죠. 아래 논평에서도 오바마, 루비오 주요정치인들, 주지사들이 인문학을 높게 평가안해준다고 하구요. 이에 대해 아래 논평은 역사학자가 short term에서는 인문학이 불리하다고 여겨지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여기 그런 현상에 불만인 것이죠.
일전에 현대카드의 정사장이 아래 칼럼과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죠. 결국 기업조직에서 시간이 지나면 인문학 하는 사람들이 잘 한다구요. 그런데 요런 anecdote는 쉽게 fact화시키면 안되죠. 왜냐면 인문학한 사람들이 기업조직에 진입해서 장시간에 걸쳐 살아남았다고 한다면 대단히 뛰어난 개인기가 있을 가능성이 많다는 점에서 이미 selection bias가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크죠. 인문학을 했기 때문에 살아남은 게 아니고, 이미 개인기가 대단하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거에요. 그리고 사실 전형적인 경영학 전공자도 장기간에 걸쳐서 잘 했다고 한다면 그것도 경영학 덕이라기 보다는 개인기가 뛰어났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구요. 조직경영에서 원래도 잘 할 사람이 그 잠재적인 관심사 때문에 경영학을 전공으로 택했을 가능성이 큰 것이죠.
그리고 전형적인 경영학 하는 사람이 나중에도 잘 하면 그러려니 하는데 인문학 하는 사람이 나중에도 잘 하면 impressive하죠. 저는 이것을 impression bias라고 이름붙이고 싶어요. 이것도 디게 많은 게 역경을 딛고 성공한 사람들은 더 주목받기 쉽고 그래서 심리적으로 over-represented 가 되기 쉬운 것이죠.
이런 바이어스 가능성과 별개로, 과연 대학에서 인문학이 어느 정도나 필요한지는 고민일텐데, 아래 논평이 역사학자인만큼 역사에서 경향성을 봐볼 필요가 있었는데 안 보고 있죠. 원래 서구의 대학이나 또는 그에 유사한 동양의 교육기관이나 원래 인문학이었죠(신학을 하는 교양이 인문학 같은 것이었죠. 신학 대신에 유교를 넣어도 비슷해요). 수학도 중세에는 교양이었구요. 여기에 의학과 법학이라는 기술적인 영역이 있었죠. 조선에서도 중인의 직업이라고 여겨진 의학/통역/역술 등은 별도로 기관에서 직업교육이 이뤄졌구요.
그랬다가 근대가 본격화된 18세기에 들어서서 대학의 과목 구성에 변화가 생기는데, 과학, 기술과 같은 전문분야 교육의 비중이 커지죠. 이게 매끄럽지는 않아서 이후에 two cultures라는 게 하나의 논쟁담론이 되죠(Snow인가가 그 제목의 소책자를 써냈죠). 그려면서 20세기 들어서면 이미 아래 논평이 보여주듯이 인문학 전공 졸업자 비중이 줄어들면서 최근엔 6.1%라고 하네요.
이런 흐름에 대해 '잘못된' 것이라는 당위적 판단을 하기 전에 '왜 이러할까?'라는 존재에 대한 탐구를 하는 게 지적인 사고이죠. 굳이 과학이 아니라 역사 자체를 보는 시각도 그래야 맞는 것이죠. 안타깝게도 아래 논평을 쓴 역사학자는 그런 탐구가 없고 '안타깝다'는 주관적 판단이 앞서고 있죠.
트렌드 자체를 포착하고 수용하는 것도 만만치는 않지만(그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맣죠), 트렌드에 왜 그러한 게 생기는 지 탐구하는 것은 워낙 가설 성격이 강해서 speculation에 가깝죠. 하지만 reasonable guess라는 영어단어처럼 그렇게 될 수 있겠구나라는 정도의 이해기반도 도움이 안되는 것은 아니죠.
그런 점에서 아래는 저의 썰인데, 제가 보기엔 인문학은 이미 generic knowledge이고 그래서 highly accessible knowledge에요. 옛날에 책도 귀하고 정보전달해줄 사람도 귀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중이 워낙 많은 시간을 생업에 투입해야 하는 시대에는 인문학 자체가 '귀한 지식'이었죠. 그런데 이제는 인문학은 대중이 쉽게 향유해요. 서점에는 인문학 책들이 넘치고 wiki는 왠만한 인문학 엔트리가 다 있고 그리고 과학기술에 비하면 그 엔트리만 봐도 얼추 감을 갖기는 쉽죠. 그리고 wiki는 reference도 좋아서 더 알고 싶으면 위키에서 출발해도 한도끝도 없어요. 요즘은 또한 유명한 인문학 내지는 사상가들의 저술은 디지털 아카이브가 다 되어 있어서 굳이 책을 살 필요도 없이 인터넷에서 PDF가 널려 있어요.
지식이 generic 해지면 그것이 대접을 덜 받을 수밖에 없죠. 이것은 후져서가 아니라 흔해져서 그런 것이죠. 공기같은 것이죠. 그리고 generic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 제약분야도 마찬가지죠. 신약이 특허가 끝나면 신약의 화학성분만으로 약을 만들 수 있고 이것을 generic이라고 해요. 그만큼 흔해졌고 값도 싸고 누구나 다 누린다는 것이니 진보이죠. 인문학도 마찬가지에요. 누구나 흔하게 누리니 진보이죠. 그런데 지네릭의 약값이 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문학 또는 그 전공자에 대한 사회적 valuation이 낮아지는 것도 불가피한 거에요. 그게 퇴보가 아니라 진보인 것이구요.
그런데 개별적인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의 전공이나 그로 인해 파생되는 커리가 valuation을 높게 받고 싶죠. 신약 대접을 받고 싶은 것이고 그러려면 진입이 어려워야 해요. 상대적으로 희소하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분야를 해야 valuation이 높아지죠. 이공계가 그런 거에요. 이공계의 지식을 위키에서 해소한다는 것은 난센스죠. 거기는 시험도 보면서 지식을 단련도 해야하고, 그리고 실험도 무수히 하면서 몸이 익혀야 하는 것도 많죠. 그러니 이공계는 대학에서 전공을 하지 않으면 진입이 불가능하죠. 이공계전공을 하고 인문사회쪽으로 바꾼 경우는 그리 드물지 않은데, 인문사회를 했다가 이공계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게 이상한 게 아니죠. 이공계는 대학다니는 시기 정도를 넘어서서 적응한다는 게 그 비용이나 수용능력/태도에서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구요. 그럼 당연히 이공계에 대한 valuation이 높아지는 거에요. 요즘 미국에서 인공지능분야에서 phD를 하면 연봉이 3억 원에서 시작한다고 하더라구요. 물론 미국은 직능/숙련 중심으로 노동시장이 움직이니 그런 valuation 변화가 현저한데, 한국과는 좀 다르기는 합니다. 그런데 한국이나 미국이나 취업의 용이성이라는 점에서는 이공계가 유리하죠.
그럼 나중에 누가 잘 할까? 비교도 쉽지 않으니 판단도 어렵지만, 15-20년이 지나면 무슨 전공 출신일지라도 일정하게 매니지먼트를 해야 하죠. 그럼 전공과는 별개의 '개인기'가 필요해지죠. 사람이랑 소통을 잘 하고 구성원들의 이해관계를 잘 포착해서 조정하는 매니지먼트 능력은 이게 학교에서 가르쳐주기는 어렵죠. 그러니 그런 개인기가 잠재되어 있던 사람이 15-20년 지나면 때를 만나는 것이죠. 이게 경영학이건, 이공계건, 인문학이건 분야랑 딱히 상관이 있을지도 의문이구요.
그리고 직위가 올라가면 자기가 구체적으로 몸으로 경험한 작은 분야의 지식만 가지고는 안되고 다른 분야의 지식에 대한 감각도 좋아져야죠. 해당분야를 잘 알지는 못해도 해당분야 사람들의 메시지를 포착해서 전체적으로 시너지를 이룰 방안이나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죠. 이것을 누가 잘 할지도 가늠하기 어려운데, 경영적 감각이 있는 이공계 출신이 나을 가능성이 크죠. 이공계는 이미 진입벽이 있는 곳에서 짬밥이 있으니까요. 이에 반해서 이공계 밖에서는 이공계 안 지식은 계속 미스터리이거든요. 그런데 이공계밖 인물이었다고 해도 반드시 이공계에 대한 감각이 없다고는 단정하지 못하죠. 그런 이공계적 감각이 있는 사람은 기술이 복잡하게 변화하는 지금의 기업경영에서 유리하죠. 그런 점에서 다시 인문학 전공자라도 나중까지 잘 하는 사람은 이공계 내지는 기술에 대한 수용성이나 감각이 좋은 개인기가 있었을 가능성이 큰 것이죠.
자식이 이공계 적성을 가지고 있으면 일단 부모는 편해요. 대학만 믿고 보내면 되거든요. 이것은 한국도 마찬가지에요. 한국의 이공계 대학에서 잘 못하면 학생이 문제이지 대학이 문제는 아니거든요. 그런데 반면에 자식이 인문학 적성이 강하면 이제 부모는 머리가 아프죠. 선택지가 대단히 좁아지거든요. 우선 한국의 인문계 대학을 믿고 아이를 보낼 수가 있겠냐는 거에요. 여건만 되면 저는 미국 등 아예 서구의 인문학으로 보내야 한다고 여겨요. 그런데 언어 벽을 생각하면 심지어 고등학교 단계에서 외국에 보내는 게 맞을 수 있는 것이고, 그 정도의 hardship을 감수하고도 잘 할 정도의 '탁월한 개인기'가 있어야 인문학에서 빛을 볼 수가 있는 것이죠.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있다' 정도로 과연 인문학해서 빛을 볼 수 있을지 아주 의문이구요(반면에 이공계는 관심정도만 있어도 훈련받으면 되요). 캠브리지에서 과학사 교수를 하고 있는 장하석을 보니 이미 고등학교부터는 미국에서 다녔더라구요(장하석은 경제학자 장하준의 동생). 그리고 고등학교로 유학가서도 졸업할 때는 1등을 했구요. 그 정도되면 인문학 할만한 것이죠.
제 아이가 인문학 분야에 적성이 강하다고 한다면, 저는 머리가 아프기는 하지만, 제가 현실적으로 우선 취하고 싶은 전략은 이런 거에요. 인문학 적성이 강하면, 오히려 중고등학교에서 일부러 이공계 훈련을 시키겠어요. 그렇게 해서 이공계전공을 하라는 것은 아니에요. 어차피 대학을 인문계로 가면 이제 더 이상 이공계를 접하기가 어렵죠. 이공계 벽이 높아지는 것이죠. 그래서 미리 유년시절에 이공계에 대한 벽을 낮추는 것이죠. 이공계 중에서 특히 기술보다는 '언어'의 성격이 강한 SW는 일반적으로 언어재능이 강한 인문학 적성자도 잘 할 수 있어요. SW를 하다보면 HW도 이해가 높아지고 그러다보면 기술에 대한 감각도 좋아져요. 그리고 요즘 인공지능 등 SW가 워낙 기술흐름을 주도하니 SW를 한다는 것은 디게 유리해요. 이렇게 유년시절에 진입해두면, 나중에 다 말을 하는 것이죠. 인문계 대학 나와서 취직 안되면 SW 캠프를 가도 되구요. 요즘 예일대 영문과 나와서 취업 안되니 SW캠프 가서 기술과 스펙을 쌓는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골수' 인문계 성향은 그것도 적응 못할지도 모르죠. 그럼 인생이 시련에 빠지는 거에요. 그러느니 유년시절이 좋은 기회인 것이죠.
--인용
Of course it's not just history. Students also are slighting other humanities disciplines including philosophy, literature, linguistics and languages. Overall, the core humanities disciplines constituted only 6.1% of all bachelor's degrees awarded in 2014, the lowest proportion since systematic data collection on college majors began in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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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ians both draw on those simplicities and perpetuate them — from President Barack Obama's dig against the value of an art history degree to Sen. Marco Rubio's comment that welders earn more than philosophers. Governors oppose public spending on "useless" college majors. History, like its humanistic brethren, might prepare our young people to be citizens, but it supposedly does not prepare workers — at least not well paid o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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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 the long run, however, graduates in history and other humanities disciplines do well financially. Rubio would be surprised to learn that after 15 years, those philosophy majors have more lucrative careers than college graduates with business degrees. History majors' mid-career salaries are on par with those holding business bachelor's degrees. Notably these salary findings exclude those who went on to attain a law or other graduate deg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