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20세기의 획일화된 학령교육을 버릴 때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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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대중 학령교육은 폭력적이기도 해요. 커리큘럼을 획일화시켜놓고 모든 아이들을 이에 맞추게 하는 셈이거든요. 잘 못 마추면 '학습지진'이라는 라벨을 붙이죠. 학업성취도를 조사해서 기초학력에 미달한 아이들이 10%정도 된다는 것인데, 이 숫자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이며 또 그게 문제라고 한다면 그것을 해결할 길이 현재의 집단획일 커리큘럼 체제하에서는 사실상 없죠. 학령교육 자체가 어떠한 연령에서 알아야 할 교육이 있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지만 그게 과연 무엇이어야 하는지도 자의적이죠. 이 자의적인 기준을 가지고 학업성취를 조사하는 것이니 역시 그 결과도 별로 설득력이 없구요. 또 나이에 따른 학습 수용성이 개인마다 편차가 있는 것인데 그것도 학령교육에서는 다 무시하고 모두가 똑같다는 전제를 하는 것이죠.
이런 획일화되면서 너무 미시적인 수준에서 통제하는 학령교육은 대단히 공급자중심적인 것이죠. 가르치는 쪽에서 이렇게 하는 게 비용이 제일 덜 들고 제일 편하죠.
개인의 연령별 학습수용성의 차이를 고려한다면 연간 학습 성취와 같은 획일화된 목표보다는, 의무교육인 중등학교(초6+중3 또는 1년을 추가할 수도 있죠)까지에서 최소 성취해야 하는 교육을 모듈들로 나눠두고 각 개인에게 그 모듈들을 배치해주는 게 훨씬 개인 친화적이죠. 중등학교 마칠 때까지 모듈들을 소화하면 되는 것이니 모듈들을 각자가 어떻게 소화할지는 각자의 수용성이나 성향에 맞추는 것이죠. 혹시 중등학교까지가 너무 길면 3+3+3으로 구간을 설정해서 각 구간 안에서 모듈들을 짜도 되는 것이구요. 모듈별로 모듈을 성취했다는 지표는 있어야 하고 이 지표를 통과하면 비로소 모듈을 이수했다고 하는 것이죠. 이래야 비로소 국가교육이 각 개인에게 필요한 교육을 책임졌다고 할 수 있는 것이죠.
이제 학령인구가 급속히 감소하면서 더 이상 mass education이라고 하기가 어려워요. 초등학교도 왠만한 경우 한 반에 20명 남짓 밖에 안되죠. 충분히 개인별 진도 관리를 할 수 있어요. 혹시 교사가 필요하면 한 명 더 투입해서 교사 1명 당 10명 학생을 담당케 하면 되죠. 인적자본을 잘 갖추지 못하면 한계노동자로밖에 존재하지 못한 시대에는 교육에 그만큼 투자할 가치가 있고 또한 교육노동은 세밀한 인간관계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AI시대에도 꿋꿋하게 버틸 수 있는 직종이니 그러한 노동자원에 사회가 투자할 가치가 있죠.
모듈들을 비교적 잘 빨리 맞추는 아이들은 그 아이들에게 유연한 학습기회를 부여해도 되요. 예컨대, 주 4일만 특정 학교에 있되 5일째는 지역에서 제공하는 모듈을 수행하게 해도 되고, 또는 각자 시간을 보내는 게 좋고 교육적으로 조건이 된다면 그렇게 해도 되죠. 또는 3년 단위에 맞춰야 하는 것을 2년에 맞추면 그렇게 하라고 해도 되구요. 잘 하는 쪽은 어떻게든 잘 하는 것을 살리는 쪽으로 궁리를 하기 때문에 그쪽은 국가가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할 대상은 아니고 방해를 안 하면 되죠. 국가는 중학교를 졸업했다고 하면 요만큼은 꼴 필요하다는 만큼만 책임지는 게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겠죠.
그리고 고등학교는 이미 보편교육이어서는 안되요. 이미 인생 트랙에 따라서 자기에 맞는 길을 가야죠. 고등학교 나이는 이미 생산가능인구에 포함되거든요. 예고나 과학고, 특성화고(직업고)가 이미 좋은 유형이구요. 장차 트랙이 정해져 있지 않고 노동을 해야할 이유도 없다면 고등학교가 liberal arts 교육을 하면서 인생 트랙을 모색하게 하는 것이죠. 이 경우 liberal arts 교육과목들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각자의 진로 탐색을 위해 각 분야를 경험하는 의미가 강해야 하구요. 고등학교 때는 중등학교까지의 '최소학력'의 의미는 없는 것이죠. 각 과목을 경험해보면서 자기가 어디에 흥미가 있고 소질이 있는지 경험해보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그 결과를 가지고 전문대학이나 대학에 가는 것이구요. 그래서 고등학교 교육은 '공부를 잘 했다'는 두루뭉술한 게 아니고, 인생 진로 탐색의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고 이게 학과목이나 기타 활동에서 증거로 확보되고 그것을 대학에서 공인받으면 되는 것이죠.
이런 식의 개인 맞춤성이 강한 교육이 필요한 시대이고 그것은 현 입시제도에서는 학종이 더 맞죠. 반면에 수능과 같은 종합시험은 별로 그것이 왜 있어야하는지가 별로 설득력이 없구요. 차라리 고등학교별로 교육편차가 있다고 할 때, 고등학교 각 과목들에 대한 공통시험을 거쳐서 표준화시키는 정도의 의미가 있겠죠. 그리고 이 경우에도 모든 과목들을 시험친다기 보다는 본인의 적성이나 본인이 가고자 하는 대학의 과목들을 중심으로 각자가 5개 정도의 시험과목을 택해서 보다 보편적으로 각자의 competence가 소질/적성을 입증하게 하면 되구요.
이게 한국의 명문대 강박과 어떻게 결합할지는 고등학교 교육이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할 문제는 아니에요. 고등학교는 '명문대학'을 보내기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고 각자가 가고자 하는 분야 탐색을 해주는 게 목표이거든요. 혹시 학교가 명문대 진학에 별로 도움이 안되서 사교육에 의존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은 어쩔 수 없이 그 개인의 선택에 맡길 수밖에 없죠. 그런 각 개인의 욕망을 사회가 다 충족시켜줘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이런 개인맞춤형 교육이 사실은 옛날에 서당이 했던 것이죠. 그리고 서원도 과거의 표준과목들이 있으니 일정하게 그렇게 했을 것이구요. 또 과거를 봤던 시대는 학령 개념이 그렇게 명쾌하게는 없었죠. 형편이 되면 가급적 일찍 시험봤지만 안 되면 꽤 나이들어서 과거를 본 사람들도 많이 있었으니까요. 이렇게 학령개념이 지금까지 획일적이지 않을 때가 훨씬 더 유연한 교육이 이뤄졌어요. 21세기가 mass의 시대는 결코 아니고 다양화된 개성체의 시대라고 한다면 교육도 그에 맞춰서 개인맞춤형이 되야 맞구요.
---인용
성별로는 남학생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여학생보다 높았다. 전반적인 학업성취도는 대도시가 읍·면 지역보다 더 높았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6월 중학교 3학년·고등학교 2학년 각 1만3000여명(전체의 3%)씩을 대상으로 표집평가했다. 교육부는 ‘기초학력 보장법’을 제정해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모든 학생의 기초학력을 각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진단해 보충하도록 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대전교육청과 충남대 연구팀이 개발해 서울 등 다른 시·도에서도 쓰고 있는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이 완성도가 높다고 보고 이를 확산하기로 했다.
지금 같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도 계속한다. 표집평가 방식을 유지하며, 컴퓨터 기반 평가(CBT) 도입 준비도 착수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교대·사범대에서 학습부진 학생 이해·지도 방법을 가르치도록 하고, 보충학습 지도를 위해 예비교원·퇴직교원·교원자격증 소지자들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직 교원에게는 기초학력 지도 가이드라인을 배포한다. 또 입학 전 선행학습 없이도 학교 교육에 적응할 수 있도록 초등학교 저학년 한글·셈하기 교육을 기초부터 지도한다. 초등 1학년 때 관행적인 받아쓰기·일기쓰기는 폐지하고 문해력 강화 및 놀이 중심 수학 교육을 늘릴 예정이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2&oid=022&aid=0003350363
추락하는 기초학력… 중고생 10명 중 1명 ‘수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