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주도 개헌론이 등장하는 게 맞죠]
(2017.4.1 작성)
근대헌법은 기존 권력집단이나 계급과 피지배계급 사이의 일장적인 역관계가 재편되면서 피지배계급의 정치적 권리가 상당 정도 반영되는 절충이라고 할 수 있죠. 피지배계급은 근대사회의 새로운 물질적 기반을 이끌었던 부르주아 또는 부르조아의 이해에 밀접한 광의의 시민계급이라고 할 수 있구요. 전근대적 억압을 해체시키면서 다양한 OOO 자유들이 헌법에 구체적으로 적시된 것이구요.
이러한 근대헌법의 일반론에 비춰봐서 한국의 헌법이 얼마나 근대적인지 판단하기는 간단치는 않아요. 우선 표면적으로는 서구의 근대헌법들을 차용하고 있고 한국의 헌법에도 역시 많은 OOO자유들이 헌법에 등장하고 있죠. 그런데 헌법을 뒷받침하는 또는 강제하는 시민의 권력이 얼마나 강했는지 또는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는 간단치는 않아 보여요. 제헌헌법은 시민이 부재한 채 서구의 헌법의 이상을 받아들인 것이었구요(그러다보니 서구 국가들도 아직 용인 안한 여성의 참정권이 상당히 일찍 도입되었죠). 이후에도 헌법 개정이 이루어지지만 가장 최근의 1987년 헌법까지 사실은 헌법 작성과정은 기존의 정치엘리트들이 주도하죠. 때로는 그런 헌법 개정이 시민운동의 결과였다고 하더라도 정작 헌법 문안 작성에서 시민은 방관자였다고 할 수 있구요.
그래서인지 한국의 헌법에는 시민과 권력기관의 대립구도에서 비대칭성이 존재합니다. 시민(시민이라는 단어 대신 쓰이는 국민이라는 단어도 이미 국가 우위가 있죠)에게 있어서는 권리와 함께 의무가 명시된 반면에, 국가권력은 그 권한만이 자세히 정의되어 있고(국가권력구도에 대한 항들이 그렇죠) 딱히 그 책임이 명시되어 있지 않아요. 또는 국가가 너무 막연하고 정의되어 있지 않아서 간혹 '국가의 책무'가 명시되는 경우도 너무 막연해서 정작 책임 주체를 확인할 길이 없죠. 헌법에 OOO자유권들이 명시되어 있지만 그게 해체졌을 때 책임 주체는 없는 것이죠. 법률문건에서 문항이 지켜지지 않을 때 그것을 책임져야 주체가 명시되지 않으면 공허하고 그래서 wish이기 쉽거든요. 세월호 참사 이후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았고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도 대통령탄핵의 사유가 되었지만, 정작 헌법에서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권을 책임진다는 명시적 구절은 없죠. 그리고 실제 탄핵결정을 한 헌재도 그것은 사유로 인용하지 않았구요.
촛불시위는 국가권력의 공백 상태에서 시민권력이 부상했고 국정에서 대단한 모멘텀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어요. 그 시민권력이 헌법의제에 개입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리고 시민권력을 실질적으로 담보해내는 중요한 진전이죠. 그리고 정치권에서의 정치권의 이해에 치우친 권력 구도 문제(그것도 주로 국회가 대통령을 통제하는 데 초점을 둔 국회의 이해관계를 반영한)에 치우친 데 반해서, 아래 기사의 경우처럼 '시민주도 개헌'을 주장하고 시민의 권리를 보다 명료하고 그리고 최근의 흐름을 반영하고자 하는 것은 적절합니다. 기존 정치권의 권위가 약해진 가운데, 시민의 목소리가 대단히 높아진(아마도 현대 한국에서 가장 높아진) 시점이고 그리고 '시민주도개헌'을 제기하는 것처럼 구체성도 높아진 때라고 여겨져요. 이렇게 시민들의 요구의 구체성이 높아진만큼이나 한국 정치의 토대가 튼튼해졌다고 보이구요. 향후 한국의 제도권 정치가 이러한 시민적 토대를 뮈하고 기존의 엘리트주의 일변도로 가기는 어렵다고 여겨집니다. 이제 비로소 한국이 시민사회 기반 위에서 작동하는 민주주의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여겨지구요.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3272158005&code=94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