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확률에 도전할 때 보상을 받고 성공한 경우 그것을 결정론으로 해석하게 되요]
(2018.5.15 작성)
https://www.facebook.com/KIM.Seokhyeon.ik/posts/2038061792872319
왜 사람들이 도박에 빠지는 지 직접 유사 경험을 통해서 새삼 확인을 해봤요. 방 하나가 전등 스위치가 켜질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는데(접촉이 안좋아서겠죠), 제가 뭘 잘 고치는 편이 아니다보니 그냥 확률에 의존하고 있어요. 그래서 스위치를 켤 때 작은 긴장과 설레임이 있어요. 켜질 게 확실하면 얻을 수 없는 심리 상태죠. 그러다가 켜지기라도 하면 엄청 기뻐요. 세상에 전등 스위치 켜지는 것으로도 삶이 기쁠 수 있다면 이것도 대단한 발견 같아요. 그리고 좀 더 일반화하면 이 맛에 도박도 하고 유사한 한 방 투기도 하는 구나 싶구요.
인간 또는 생명체는 정해진 것이 아닌 확률에 도전할 때 심리적 보상이 이뤄지도록 되어 있는 듯해요. 그게 이상한 게 아닌 게 생명체는 일상을 확률 속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이겠죠. 확률적 불확실성을 기피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것이구요. 인간이 농경사회 이후 특이하게 안정성이 높아졌고, 그리고 의식적으로도 그 안정성을 강조하죠. 규칙적인 생활이니 절약이니 하는 게 다 그런 것이죠. 수렵채집 사회는 그런 게 미덕일 수가 없었거든요. 그러나 농경사회 문화가 1만 여 년 정도이니 아직은 DNA를 바꿀 정도가 아닌 것이죠. 안정성은 안정성에 이르기까지는 보상이 주어지지만 일단 도달하면 심리적 보상기제가 없으니 권태스러워지기 쉽상이구요.
삶이 권태스러우면 약간 불편할 수 있고 그 불편함을 없어지는 것이 확률에 의존하는 기제를 두는 것도 방법일 듯해요. 혹시 도박 중독에 빠진 사람들을 치료할 때 도박 말고 일상 생활에서 불확실성을 유발하는 기제를 둬보는 것도 방법일 것 같구요. 그런데 아마 중독자는 역시 돈을 걸 가능성이 있겠죠. 전등이 켜지는 쪽에 베팅하는 사람이 다 가겨가는 식으로 말이죠.
그리고 확률을 영웅신화로 아전인수하는 것도 역시 경험이 되요. 전등스위치를 잘 켜는 방법이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되요. 그리고 혹시 잘 켜진 경우, 정말로 '기적'이니 '신의 가호'와 같은 신비주의적 사고를 하게 되요. 그리고 스스로가 대단한 사람이구나 착각도 하고 싶어지구요. 이것 역시 도박이 주는 보상과 비슷하겠죠. 도박에서 이기면 확률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자신에게 비법이 있다던지 아니면 자신에게 신의 가호가 따른다는 선민의식을 갖데 되는 듯해요. 그래서 도박하는 사람은 확률이 아닌 결정론에 따른다고 믿게 되죠.
Taleb이 비즈니스에서 크게 성공하는 것은 확률이다라고 말하지만, 실제 그런 성공을 거둔 사람은 실은 자기가 디게 다 잘 해서 잘 됬다고 착각하게 되고 자랑하게 되고 거만해지게 되고 다른 사람을 한 수 가르치게 되죠. 세바시 같은 데 출연해서 폼도 잡게 되구요. 그리고 마치 자신의 모든 역경이 오직 지금의 성공을 위한 예정된 코스였던 것처럼 착각도 하게 되요. 그래서 흙수저론에 대해 '자수성가한' 엘리트 들은 디게 반발하고 싶어지는 거에요. 자신들의 자수성가를 되돌아보면서 흙수저론 주장하는 사람들은 다만 게으른 사람으로 여겨지거든요. 그래서 좁혀질 수 없는 계급적 위화감 내지는 내면화된 계급성이 자리하는 것이죠. 계급적 상위에 있는 사람들은 그 지위가 마치 예정되어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되거든요. 그리고 그런 상위계급에 있는 사람이 하위계급을 볼 때는 신도 별로 탐탁하지 않게 여기는 존재로 보게 되는 것이구요.
전등 스위치가 잘 안 켜진 것에서 참 많은 것을 말하게 되는 군요. 약간 마음의 여유가 지금 있다는 것이기도 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