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시민'사회이고 한국은 '관지배'사회이니 각각 의회와 시위로 문제를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해요]
(2018.4.11 작성)
한국은 무슨 사건이 터지면 수사가 시작되고 미국은 의회를 플래폼으로 하는 조사가 시작되죠. 별로 못 느끼고 지나갈 수 있는데 이것은 한국과 미국이 작동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뜻해요.
근대서양을 이은 미국은 '시민'사회에요. 시민들이 모여서 집합적 의지로 만든 국가이죠. 그리고 그 시민들의 집합적 의지의 최상층이 의회에요. 그래서 의회는 시민사회가 작동함에 있어서 뭔가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의회가 그것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문제'를 공론화시킬 책임이 있는 거에요. 그리고 의회가 기존의 한국국회에도 있는 위원회 별로 조사를 시작하는데, 적당한 committee가 없으면 한시적으로 만들기도 하죠.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의회가 법제화가 필요한지 판단하고 의회에서 법을 만들죠. 행정부는 이렇게 만들어진 법을 수행하는 집행조직인 것이구요. 대통령도 대통령제이다보니 간혹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민의를 대표하는 의회가 결정한 법안을 책임있게 집행해야 하는 존재에요.
미국의 이러한 시민사회의 문제를 시민들이 스스로 해결하는 것은 국가의 의회에만 있는 게 아니에요. 각 주의 의회가 있죠. 그리고 미국은 토크빌이 미국 민주주의의 뿌리라고 간주한 township meeting이 있죠. 미국은 크고 작은 단위의 community로 층위화되는 것이고 각 community는 적절한 시민들의 협의체에 의해 문제들이 논의되고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 것이죠. community와 그 community를 시민들의 협의에 의해 작동시키는 것은 서구에서 오래된 전통이죠. 그리스가 그러했을 것이고, 그리고 중세라고 해도 제노바와 같은 자유도시는 근대 이전에도 시민들의 투표권이 있어서 스위스의 직접민주주의 전통은 오래된 거에요. 한국에서도 직접민주주의 하자고 하는 주장도 있는데 그게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한국에 그런 전통이 없이 외국에서 하니 가지고 오자는 발상이 강한 것은 어쩔 수 없죠. 그래서 European Community도 이상한 단어가 아닌 거에요. 저는 사실 EU라는 국가연합이라는 개념은 알겠는데, Community라는 단어는 이해는 안되었거든요. 그런데 미국에서 살아보니 community가 마치 프랙탈도형의 자기 재생처럼 아래서부터 위까지 커지는 것이라는 것을 경험했고 그때야 community라는 단어를 이해했어요. community가 마치 전통사회 공동체인 것처럼 잘 못 알려지기 쉽고 한국에서는 특히 그러한데, 서구에서 community는 전통이 아니고 지금 역시 사회의 작동단위이고 방식인 거에요.
이에 반해서 한국은 '관지배' 사회에요. '시민'도 community도 당연히 없어요. 한국은 통치하는 관과 통치받는 민이 있을 따름이에요. 민이 간혹 원하는 게 있으면 통치자 앞에서 시위를 하는 것이죠. 지금도 한국은 시위를 대단히 잘 하는데, 요즘만 잘 하는 게 아니고 조선시대 때도 잘 했어요. 시위가 군사독재 때 중단되어서 시위는 민주주의를 상징한다고 여기기 쉬운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시위는 오히려 '관지배' 사회의 특징이에요. 시위 말고는 민의를 도출할 방도가 없으니 시위를 하는 것이고 조선왕조에서도 그 정도는 숨통을 열어주는 거에요. 성균관 유생들이 궁궐 앞에서 시위하는 것도 묵인해주고, 지방 유생들이 왕에게 '만인소'와 같은 문서로 시위하는 것도 묵인해주고, 정조가 화성 능 행차할 때 억울한 백성이 민원을 제기하는 것도 용인하는 거에요(이것을 격쟁이라고 하는 데 그래도 합무로 민원 못하게 민원 제기할려면 곤장을 맞고 시작했다고도 들었어요. 정조 때도 그러했는지는 까리해요).
그래서 한국은 의회국가가 아니고 시위국가인 거에요. 한국이 촛불시위로 박근혜정권을 무너뜨렸다고 한국인들이 자부심이 강하고 서양에서 칭찬해준다고만 여기기 쉬운데 의아하게 여기는 서양인들도 많아요. 왜 한국은 세상만사에 시위만 하냐는 것이죠. 서양은 의회라는 공식 논의 플래폼이 존재하거든요. 시위가 활발한 것은 군사독재때의 피해의식으로 민주주의가 활발한 것으로 여기기 쉽지만 사실은 '의회'와 같은 논의 플래폼이 없으니 불가피한 것이고 별로 자랑스러워할 게 아닌 거에요. 최근 미국에서 총기 사고가 나니 고등학생들도 학교를 안 가고 시위를 하고 있는데, 이게 왜 그러냐면 의회에서 총기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안보이니 그런 거에요. 의회가 적절한 역할을 못하니 미국에서도 시위가 불가피해진 것이죠. 시위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그 사회의 제도권 플래폼이 유명무실하고 작 작동하지 않는다는 반증이죠.
한국은 시위국가아니 시위를 하는 테크닉이 발전하고 그에 대한 시스템이 잘 되어 있죠. 하룻밤이면 수만 명 모이는 시위 할 수 있거든요. 이에 반해서 미국의 의회국가이니 논의를 하는 기술이 발전되고 그리고 아이들에게 이것을 훈련시켜야 하는 거에요. 미국에서 초중등학교에서 말하기, 글쓰기, 토론하기 교육을 강조하는데, 이것을 다만 '인문적 교양'으로 보면 안되요. 미국에서는 그게 필수교육이고 가장 중요한 교육이에요. 모든 미국 시민은 의회나 법정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서도 최선의 자기변호를 할 수 있어야 하는 거에요. 그리고 모든 미국 시민은 법정에서 배심원으로서 재판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범죄 여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저도 미국에서 살 때 배심원이 되라는 우편을 받았는데, 미국시민도 아니고 영어도 못한다고 하면서 빠진 적 있어요). 꼭 의회나 법정이 아니더라도 미국시민으로 삶은 회의로 시작해서 회의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학부모로서 학부모들이 학교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도 회의죠. 또는 교사나 교장이 학부모나 교육구 관계자들을 모시고 하는 것도 회의에요. 미국 의회에서만 청문회를 하는 게 아니고, 미국의 일상의 삶이 청문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러니 미국의 초중등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회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줘야 하는 거에요. 말하기, 글쓰기, 토론하기가 '교양'이 아니고 필수인 것이죠. 이것을 제대로 못해서 자기한테 손해가 나면 손해인 거에요. 아무도 그런 자격 미달을 변호해주지 않아요.
아래 주커버그가 최근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한 청문회에 참석하고 있죠. 주커버그가 비록 후디 티를 즐기지만(똑같은 게 수십벌 있어서 안 빨고 입는 게 아니라고 해요), 이날은 formal suit죠. 아래 질문하는 사람과 답변하는 사람도 미묘한 차이를 놓고 진행될 거에요. 한국의 국회에서 청문회를 하면 질문자는 조선시대 사또의 죄인심문 포지션을 취하죠. 네 죄를 네가 알렸다라고 호통치면서 답변할 기회를 안 주죠. 죄를 인정할거냐 안 할거냐만 다구치죠. 이에 반해서 미국의 청문회는 선험적으로 예단하지 않아요. 미묘하게 말을 이어가서 대립구도가 뭔지도 처음엔 짐작하기 어려워요. 그렇게 하다가 꼬투리가 잡히면 파고들죠. 청문회에 선 사람은 위증을 안 한다는 선서를 하니 거짓말을 안 해야 하지만 거짓말을 안 하는 선에서 최선의 자기변호를 해야 해요. 그것 하라고 미국에서 초중등교육을 시키는 거에요. 그리고 다만 꼬투리 안 잡혔다고만 좋아할 게 아니고 대중이 보기에 지지를 얻어야 해요. 미국의 청문회를 하면, 청문회 내 관계자뿐이 아니고 시청자들이 다 배심원 마인드로 보는 것이거든요. 이게 미국의 담론/토론의 인프라에요. 이게 외형만 베낀다고 되는 게 아니고 문화적으로 속속들이 내면화된 거에요. 수백년 동안 '관지배' 사회만 경험했고 이어서 일본의 가혹한 식민지배 그리고 군사독재 거쳐서 그래서 숨 좀 쉰 것은 불과 한 세대밖에 안되는 게 한국이죠. 정권 비난해도 안 잡혀가는 게 한 세대밖에 안되었다는 거에요. 한국이 비록 외형은 민주주의이지만 그 내용에서 민주주의가 된다는 게 얼마나 갈 길이 멀지가 짐작되는 것이죠.
Senator Dick Durbin caught Mark Zuckerberg off guard on his own privacy concerns:
Mr. Zuckerberg, would you be comfortable sharing with us the name of the hotel you stayed in last night?
Mark Zuckerberg: Umm... Uh no.
https://www.facebook.com/KIM.Seokhyeon.ik/posts/1997768663568299